의정부시 도심 의정부역에는 '신세계 민자역사' 건설이 한창이다. 신세계는 내년 4월 11층 건물에 역무시설은 물론 대형 백화점, 이마트, 8개 상영관을 갖춘 복합영화관(CGV)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상권 침해를 주장하는 인근 상가와 마찰이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작년 11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가 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이 다시 대판 싸움을 붙였다. 상대는 의정부의 터줏대감인 제일시장이고, 의정부시·시의회가 복잡하게 얽혔다.
◆의정부시 조례안
의정부시는 지난달 4일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SSM 규제법'으로 불린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해 대규모(백화점, 할인점 등)와 준대규모(SSM 등) 점포의 등록 제한,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지정 절차 등을 담았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전통상업보존구역(전통시장·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500m 이내 범위에서 지정)에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의정부시 조례안의 본문은 경기도의 표준조례안을 바탕으로 했고, 전국적으로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부칙에 들어간 경과규정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조례 시행 이전에 등록 또는 건축허가 등을 얻은 대규모 점포 등 이행대상 점포는 제외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제일시장은 신세계에 특혜를 주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북부 최대 재래시장으로 600여개 점포가 모여있는 제일시장은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대상이고, 신세계 민자역사와의 거리는 500m가 안 된다.
◆제일시장의 반발
특히 지난달 31일 의정부시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를 지적하면서 시비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제일시장 번영회측이 조례안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시장 상인들은 민자역사에 백화점의 입점은 수용할 수 있으나, 상권이 겹치는 이마트의 진출은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15일로 예정된 총회와 신임 번영회장 선거를 앞두고 더욱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김진권 제일시장번영회장은 "재래시장을 보호하자는 법인데 의정부시가 규제를 완화하는 조례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마트가 들어오면 겨우 명맥을 유지해 온 제일시장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민자역사를 추진할 당시 이마트 입점 얘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측은 "당초 할인점으로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의정부시가 도심의 발전을 위해 백화점을 포함하는 대형 사업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서 수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의회 논의 주목
의정부시는 조례 제정으로 새로 도입되는 규제는 소급적용이 안 되고, 신세계가 이미 2009년 5월 판매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마트의 입점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건축허가를 얻은 이후에는 점포의 개설 등록이 가능하다.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경기도의 심의 과정에서 소급적용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확실하게 경과규정을 넣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도 "유통산업발전법은 자치단체가 각자 상황에 맞게 대규모 점포의 제한 범위를 정하라는 것이므로 경과규정이 모법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14일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되면 23일쯤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의회에서의 논의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한나라당 강세창 의원은 "일단 의정부시의 답변을 검토해보고 미흡하면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별도 조례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측이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조례 제정 이전에 곧 백화점과 이마트의 개설 등록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의정부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