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1시 5분쯤 부산에서 광명으로 가던 KTX산천 224호 열차는 시속 90㎞로 운행하며 광명역에 정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터널 속을 지나던 열차가 광명역 앞 500여m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쿵쿵' 소리가 나더니 열차가 심하게 덜컹거렸다. 승무원의 안내 방송에 따라 일부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리기 위해 짐을 꺼내 출입구 쪽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열차가 깜깜한 터널 속에 급정거하자 일부 여성 승객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광명역이 종착역인 이 열차는 승객을 내리고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존 선로를 옆쪽 선로로 바꾸려던 참이었다. 선로전환기를 지나던 10량 열차는 5번째 열차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어긋나며 선로에서 이탈했다. 승무원들은 "접촉사고니 기다려달라"며 승객들을 안심시켰다. 승객 149명은 승무원 안내에 따라 수동으로 문을 열고 깜깜한 터널 속 300여m를 걸어나가야 했다. 승객들은 "터널 속은 고무 타는 냄새와 희뿌연 연기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승객 황모(29)씨는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열차가 갑자기 쿵쿵 하고 멈춰 섰다"며 "뒷부분을 보니 객차가 선로를 이탈해 기울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열차를 빠져나온 승객들은 광명역에서 환불(換拂)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승객들이 모여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큰 소동은 없었다"고 했다. 한국철도공사측은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어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고 열차에서 터널 밖으로 뛰어내리다 발목 통증을 호소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던 정도"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타박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박모(64)씨는 "열차에서 내리려고 객차 사이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열차 밑부분에서 깨지는 소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상·하행선 KTX 열차가 모두 취소되면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 소식을 모른 채 역에 갔다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승객들은 오후 6시가 지나서까지 끊이지 않았다. 박성일(41)씨는 "표가 당연히 있을 줄 알고 갔다가 택시비만 날렸다"며 "출장으로 자주 이용했던 KTX가 탈선이 됐다니 놀랍고 한편으론 불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