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집에 돌아가면 5분 만에 곯아떨어졌죠.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더라고요."

대한항공 스포츠단 이유성(54) 단장은 1983년 대한항공에 탁구단 코치로 입사했고, 1986년부터 감독직을 맡은 스포츠맨이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 여자 대표팀 코치로 단체전 우승에 일조했고, 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때는 여자 감독으로 현정화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지휘했다.

이유성 단장은“스포츠맨으로 배운 교훈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4년 말 승부의 세계를 헤매는 '정글남(男)'에서 '도시남'으로 변신했다. 상무보로 승진하며 21년 지도자 생활을 청산하고 스포츠단 부단장으로 관리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사무실 속 '도시남 생활'이 더 힘들다고 했다. 넥타이는 구속, 안락의자는 가시방석이었다.

"처음엔 겁이 더럭 나더군요. 평생 선수로, 지도자로 살았으니 행정 지식은 문외한이었거든요. 보고서도 제대로 못 써냈어요. 밤새 지웠다 새로 써서 지우개가 주먹만큼 쌓였죠."

그는 직장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상무로서의 비용 전결(專決) 처리권도 행사하지 않는다. "내가 재무 회계를 어디 아나요? 돈 흐름을 투명하게 하려면 그 방법이 최고였어요." 권한 포기가 아니라 생존 지혜였다는 얘기다.

그는 선수 출신이지만 구단의 훈련장을 1년에 한두 번밖에 방문하지 않는다. 감독과 코치가 받을 스트레스를 잘 알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살아남는 데는 결국 '정글의 교훈'이 도움을 줬다. 승패의 문제처럼 명확한 원칙을 갖고 움직일 것, 눈치 보지 말 것, 앉아 있지 말고 몸으로 부딪칠 것 등이었다. 이렇게 거둔 제일 큰 성과가 2005년의 인천 탁구 전용훈련장 건립, 2009년의 신갈 배구 전용훈련장 건립이다. 이 시설들은 국내 최고로 꼽힌다. 대한항공 스포츠팀은 1990년대까지 삼성·현대에 견줄 수 없는 2류였지만 이런 투자 덕에 지금은 정상권에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상무A(3단계 상무 등급 중 최고)로 승진한 그는 "운동장에서 배운 교훈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