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연평도로 다시 들어갑니다. 포격 직후엔 집이고 승용차고 다 팔고 다시는 연평도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돼 연평도를 가봤는데 연평도를 떠나지 않은 이웃들의 일상을 보고선 예전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가는 대로 집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배도 손질해 다시 꽃게잡이에 나설 것입니다."

9일 오전 11시 연평도 피란민들이 살고 있는 경기도 김포 양촌면 양곡리의 한 아파트.

윤진영(49)씨와 부인 강기임(52)씨가 점퍼와 티셔츠 같은 옷가지를 가방에 차곡차곡 넣었다. 각종 그릇과 먹을거리들도 박스에 담았다. 연평도에서 10년 넘게 꽃게를 잡으며 살아온 윤씨 부부는 "인천 시내에 사는 딸 셋이 '같이 살자'고 했지만 연평도가 눈에 밟히고 3월부터 꽃게잡이 준비를 해야 하기에 빨리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며 아파트를 떠났다.

10일 오후 연평도 연평초등학교 옆에 마련된 임시거주지에서 소방대원이 소방차로 운반해온 생활용수를 호스를 통해 물탱크에 넣고 있다. 임시거주지에는 연평도 포격으로 집이 파손된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39동의 목조주택이 지어져 있다.

작년 12월 19일부터 김포 아파트에서 임시로 살고 있는 연평도 피란 주민들이 속속 연평도로 돌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거주 계약이 끝나는 오는 18일 떠나야 하지만 그에 앞서 매일 10~20명씩 귀향하고 있다. 아파트에 살던 피란 주민은 869명이었으나 210명이 재입주 포기 각서를 쓰고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옹진군청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연평도 거주 주민은 170명이었지만 10일 현재 332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처음의 마음과 달리 고향을 떠나 있다 보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 빨리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남들은 도시생활이 편리하다고 하지만 섬 사람들은 섬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더 몸과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병부(70)·유미자(64)씨 부부는 "처음에는 겁이나 도망오다시피 육지로 나왔는데 이제 생각하니 고향을 꿋꿋이 지킨 주민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 부부는 "정부가 마을 복구에 힘쓰고 있고, 북한의 포격도 앞으론 없을 거라는 믿음이 생겨 이번 주 내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순애(47)씨는 "연평도 주민에게 북한의 위협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평도에서 해초를 뜯고 굴을 따고 살았던 내가 육지에서 생활하다 보니 점점 내 본래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평도 피란민들의 숙소였던 경기도 김포 아파트에서 윤진영·강기임 부부가 연평도로 돌아가기 위해 가방을 싸고 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을 두려워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정부가 확실히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40년간 살았다는 전기환(60)씨는 "답답한 육지보다 당장 불편하더라도 내 고향에 가서 주민들과 오순도순 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정부가 주민들에게 '이제 더 이상의 북한 도발은 없을 것이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설명회 같은 것이라도 열어 줬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향(41)씨는 "정부는 피해를 당한 주민들 보상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이 완전히 부서졌거나 복구가 안 돼 연평도로 돌아가기 어려운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입주 연장을 인천시에 요구하고 있다. 김재식 연평도주민대책위원장은 "반파되거나 부서진 주택 180채가 복구되지 않아 당장 들어가서 살기가 힘들다"며 "주민들이 원할 경우 한 달 정도 인천지역의 다세대주택에 들어가서 살 수 있도록 인천시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밖에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해주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폐기물 처리 소각장, 대형 건조장, 얼음공장 설치 등을 요구했다.

현재 연평도의 700여가구 중 289가구에서 깨진 창틀이나 변기를 갈아 끼우는 등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완전히 파손돼 집에 못 들어가는 주민을 위해 임시주택 39동을 지었으며 여섯 가구가 입주했다. 수도가 동파되고 보일러가 고장 나 수리가 필요한 140가구에 대해선 18일까지 보수를 마칠 계획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연평도로 돌아오면 다시 피해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재산 감정 평가단을 연평도에 파견해 정확한 손실액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