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갈등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부산과 경남, 여당과 야당,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 지역·정파·입장 등에 따라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두 곳 다 안 된다' 는 등 이리저리 갈리고 꼬이며 파열음의 옥타브를 높여가고 있다.

지역 간 대립 심화

부산 영도구는 11일 지역 내 공공기관·국민운동단체·기업체 등 관계자 45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가덕해안공항 후보지·부산신항 배후철도·거가대교·남항·북항대교 등 현장시찰을 할 예정이다. 영도구측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범구민적 유치의지를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 회원 등이 지난 8일 초량동 부산역 입구 에스컬레이터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알리는 가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는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청와대와 정부는 3월 말까지 국가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결정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동남권 시·도민의 강력한 규탄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도 이날 "동남권에 공항이 없기 때문에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선 24시간 안전한 운항이 가능한 국제관문공항이 필요하고 그 입지는 가덕도 해안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부산시와 부산을가꾸는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 등은 이날 밀양 하남평야와 가덕도 해안 등 신공항 후보지를 답사, 두 지역을 비교하며 가덕도의 당위성을 공유하는 행사를 가졌고,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 회원 등 200여명은 지난 8일 부산역·김해공항·사상터미널·노포터미널 등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당위성 등을 알리는 가두 캠페인을 전개했다.

경남 밀양의 신공항유치 범밀양시민사회단체연대는 10일 밀양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3월로 예정한 신공항 입지선정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이미 수차례 연기한 신공항 입지선정을 이번에도 연기할 경우 지역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만간 대구·경북·울산지역 등과 연대,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했다.

최근 경남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부산지역 신문·방송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언론은 공정성이 생명. 부산지역 신문·방송은 부산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보도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공정한 보도를 하기를 엄중히 경고한다", "국책사업을 지역 이기주의로 몰고 가 양 지역 갈등 조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기자의 경남도청 출입을 막자"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이 올라 있다.

정치권의 셈법 차이

한나라당 부산지역 의원들은 지난 9일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된 긴급대책회의를 가졌고, 경남 밀양 출신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브리핑룸에서 대구·울산·경북·경남 등 4개 시·도 광역의원들과 함께 동남권 신공항의 밀양유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당 부산광역시당은 지난 9일 성명서를 냈다. 민주당측은 이날 성명서에서 "만약 올 상반기 중 가덕 신공항안이 관철되지 못한다면, 밀양신공항은 물론이고 기존 공항 확장안이든 사실상 표류든 간에, 우리는 부산시민과 함께 부산시와 부산 한나라당에 대한 대대적인 심판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이란 점에서는 같은 입장이지만 셈법이 차이가 난다. 지역 정가에선 이를 두고 민주당측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내년 총선에서 정치쟁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덕도·밀양 모두 안 된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부산녹색연합, 부산환경운동연합,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부산·경남의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밀양 하남지역과 부산 가덕도는 재두루미·고니 등 세계적 멸종 위기종들이 월동하는 주남저수지·낙동강 하구와 인접해 있고, 낙동강은 동아시아~호주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주요 이동통로"라며 "신공항 건설은 철새 서식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멸종 위기종들의 멸종을 가속화하는 등 국제적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시속 900㎞로 비행하는 항공기는 1.8㎏의 철새와 충돌(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하면 64t의 충격을 받는다"며 "신공항 건설 이후 주남저수지와 낙동강 하구를 찾는 철새는 비행안전을 위협하는 불청객이 될 수밖에 없어 주남저수지와 낙동강 하구는 아예 없애버려야 할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신공항 건설은 생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정부는 신공항 건설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소모적인 신공항 유치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