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독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이광선(67) 목사가 9일 한기총의 금권선거를 비판하며, 자신도 돈 선거를 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한기총 대표회장 임기는 1년(1회 연임가능)으로 매번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사자가 '양심선언'을 통해 이를 고백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0년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았던 이 목사는 이날 오전 자신이 당회장으로 시무하는 서울 약수동 신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교회에 드리는 참회와 호소의 글'을 발표했다.
 
이 목사는 "처음 출마했을 때 저는 '양심과 법 규정'에 따라 선거를 치렀지만 그 결과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로 쓰라린 패배를 겪었다"며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현재의 한기총 선거풍토"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서 패배한 뒤 '주여! 내년에는 흙탕물에 빠져서라도 대표회장이 되어 한기총의 개혁을 이루겠습니다. 허락해 주옵소서'라고 간구했다"면서 "주위에서도 '목사님, 이번에는 남들처럼 하십시오. 그리고 당선직후부터 금권선거를 추방할 제도개혁을 꼭 이루십시오'라고 말했고, 그 후 저는 압도적 표차로 대표회장이 됐다"고 금권선거를 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 목사는 당선 후 이같은 금권선거를 뿌리뽑기 위해 한기총 개혁에 매달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대표회장이 되자마자 정관, 시행세칙, 선거규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실행위원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금권선거는 한기총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개혁을 담고 있는 개정안에 대한 이해 부족, 이해관계, 집단 이기심 등에 휘말려 (개정안은) 총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이 목사는 "돌이켜보면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제 능력과 정치력이 부족해서 개혁에 실패하고 말았다"면서 "한기총 개혁을 염원했던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통회 자복이 너무 어려웠다. 죄의 고백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며 "수없이 망설였다. 그러나 부끄러운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지 않고는 한국교회가 절대로 개혁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금권으로) 선거에서 이겼으니 나 역시 부끄러운 죄인이다. 그리고 잘못된 선거풍토를 고치지도 못했으니 정말 나설 자격이 없다"며 "그러나 한기총의 곪아터진 자리에 새 살이 돋는 것을 보고 있다. 젊은 목사들의 개혁 의지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기총에도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도 지난날을 깊이 반성하고 개혁운동에 동참한다면 얼마든지 손을 잡고 한기총 개혁에 함께 나설 수 있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 한기총 대표회장 직분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