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박찬호가 지난 8일 훈련을 마친 뒤 동료 선발투수인 기사누키와 주목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야코지마(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오릭스가 우승을 위해 영입한 박찬호는 제3선발이다. 오릭스 후쿠마 투수코치는 스프링캠프 초반 박찬호에 대해 "3선발로 기용할 뜻을 굳혔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오카다 감독과의 보직 논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이다.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최다승인 124승을 올린 박찬호를 에이스가 아닌 3선발로 기용하겠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입단식에서 우승을 위해 박찬호를 데려왔다는 오릭스측의 설명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왜 오릭스는 박찬호를 에이스, 즉 1선발로 인정하지 않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릭스에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다승 공동 1위에 오른 가네코가 버티고 있다. 가네코는 지난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7승8패 방어율 3.30을 기록했다. 7번의 완투를 비롯해 204⅓이닝을 던져 투구이닝에서도 퍼시픽리그 1위를 기록했다. 에이스의 주요 덕목인 이닝이터로도 손색없는 투구를 펼쳤다. 2004년 입단한 가네코는 지난 2008년 10승, 2009년 11승에 이어 3년 연속 두자릿 수 승수를 올리며 에이스 능력을 이미 검증받았다.

박찬호는 어떤가. 한때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연봉 1000만달러 이상을 받았던 박찬호는 2008년 보직을 불펜투수로 바꿨다. 이후 간간히 선발로 나서기도 했지만, 오릭스에 와서 3년만에 풀타임 선발로 뛰게 되는 셈이다. 박찬호로서는 일본 야구 적응과 더불어 선발 감각을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즉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만일 박찬호가 최근 1~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꾸준히 던졌다면 오릭스에서 당당히 1선발을 꿰찼을지도 모른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선발등판한 것은 필라델피아 소속이었던 지난 2009년 5월18일 신시내티전이었다.

가네코가 팔꿈치 수술을 받게 돼 박찬호는 2선발 기사누키와 함께 개막전 선발 후보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가네코가 돌아온다면 1선발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박찬호의 현실적인 위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