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숙명여대 교수·법학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단어의 하나로 '전관예우'라는 것이 있다. '전관예우'의 사전적 의미는 '장관급 이상의 고위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이다.

그런데 요즈음 '전관예우'라는 말은 주로 현직 판·검사가 갓 퇴임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수임한 사건 처리에 편의를 봐주고, 이들 전관(前官) 변호사들은 그런 프리미엄을 이용하여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독일은 물론 같은 동양문화권인 일본에도 없는 한국 특유의 전관예우는 판·검사와 변호사의 유착관계로 인한 사법비리의 표상이다.

이같은 의미의 '전관예우'에 대해 법원이나 검찰이 늘 하는 답변이 있다. "전직 판·검사라고 하여 사건처리를 특별히 불공정하게 처리하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사건이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고, 그들이 일반 변호사보다 월등히 높은 수임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법원이나 검찰의 주장은 '전관'을 예우하는 주체가 '현직 판·검사'가 아니라 '사건 의뢰인'이라는 말이 되어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전관이 변호사로 선임되었다고 해서 사건처리를 특별히 유리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혜택을 기대하고 고액의 수임료를 주는 의뢰인들은 우매한 바보들이란 말인가?

현재 국회에서 전관 변호사의 수임제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최종 근무지에서의 사건 수임을 금지한다면 사건담당 판·검사와의 학연(學緣)이나 함께 근무한 경력 등 다른 기준을 동원하여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할 것이다.

전관예우의 근본 문제는 일부 법조인의 윤리부재와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비양심에 있다. 일부 법조인의 직업윤리관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전관예우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떠한 인맥이나 지연·혈연, 근무경력에 관계없이 엄정하게 사건 처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형사재판에서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논란을 없앨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구속기준과 양형(量刑)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구속 여부와 선고 양형을 법원과 검찰이 독점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에서 탈피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 구속이 되고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의 형이 선고되는지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미국 법조인들은 학교나 고향 선배라고 봐주는 것도 없고 내가 지금 선배를 봐주면 내 후배가 또 나를 봐줄 것이라는 믿음도 없다. 국회청문회에서 법조인 출신 공직후보자가 전관예우로 고소득을 올렸다는 사실로 논란이 되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 구속기준과 양형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 회자되는 '전관예우'라는 말은 표현은 고상하지만 그 의미는 천박하다. '전관'이라는 사실만으로 '예우'받는 지금의 사법 현실에서 벗어나 '국민이 예우받는' 사법시스템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