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데이지엔터테인먼트

영화 '상하이'에서는 수많은 불륜 커플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관계를 하나하나 짚어 내려가다 보면 얽히고설킨 그들의 인연이 정말 질기고도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러닝타임 108분의 생각보다 짧은 이 영화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 60일 전 온갖 인종들이 모인 동양의 파리 상하이에서 일어나는 음모, 사랑, 배신을 다룬 영화다.

해군 정보부 요원 폴 솜즈(존 쿠삭)는 친구의 죽음을 밝히고 그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상하이 신문사의 기자로 파견된다. 독일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아오던 그에게는 이미 독일인 유부녀 애인이 있었지만 그는 상하이 지하조직 삼합회의 보스 안소니(주윤발)의 아내 애나(공 리)에게 반하게 된다. 그는 살해된 친구의 흔적을 찾다가 친구의 애인이 일본 정보부의 수장 다나카(와타나베 켄)와도 내연 관계였음을 알게 된다. 솜즈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일본의 미국 공격 계획을 밝혀내지만 그의 상관은 그를 믿으려 하지 않고, 결국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함과 동시에 상하이를 습격한다. 솜즈는 남편의 뜻을 거스르고 저항군 세력에 가담했던 애나를 도와 상하이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에서 흥미롭게 짚어볼 부분은 등장 인물들의 애정 관계이다. 솜즈는 이미 독일인 여자친구와 불륜을 즐기고 있었지만 유부녀인 애나와도 사랑에 빠진다. 또한 애나의 남편 안소니는 애나를 사랑하면서도 정부를 둘이나 두고 있었다. 다나카의 정부 스미코는 솜즈의 친구와도 내연 관계였다. 과거 바람난 부인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다나카는 그럼에도 스미코를 잊지 못한다. 게다가 애나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스미코를 탈출시키는 것을 돕는다. 서로가 촘촘하게 연결된 이 상황은 전시에 불안하지만 매력적인 도시 상하이의 분위기와 맞물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

영화에서 일본 정보부의 수장 다나카는 솜즈에게 "우리 같은 남자들이 두 번째 사랑을 할 때 더 지독한 사랑을 하게 된다"는 말을 던진다. 두 사람은 모두 이혼을 경험한 상태로, 상처가 있는 사람이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더 사랑에 몰두한다는 것이 다나카의 생각이었다. 결국 다나카는 자신의 애인 스미코를 만나기 위해 저항군에 가담한 애나를 묵인하게 되는 결과에 다다르고 결말 부분에서는 애나의 탈출을 방관하기까지 한다.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자면 여자들이 얼마나 남자들을 조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인 것 같기도 했다. 솜즈는 애나를 위해 위험한 일도 불사하고 안소니는 애나가 불륜을 저질러도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물론 이 모두가 애나의 치명적인 매력과 큰 관련이 있긴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지만 때로는 큰 상처를 받는 남자들의 모습이 어쩐지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솜즈가 영화 속에서 한 말처럼, 마음은 자기 생각대로 할 수 없나 보다. 김현진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