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뫼초(경기 고양시 소재) 교사인 최병운(45)씨와 아내 김옥순(44)씨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2년 전, 첫째 아들 성규(20·카이스트 1)씨가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데 이어 둘째 아들 훈규(17·경기 교하고 1)군이 같은 상을 받은 것이다. 한 번 받기도 힘든 상을 두 자녀가 나란히 받게 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최병운 교사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교를 놀이터처럼… 독서와 생활 속 관찰 습관이 창의력 키워
최 교사의 집에 들어서자 훈규군이 만든 '태양고도측정기' 자료가 거실 바닥 가득 펼쳐져 있었다. 국립과학관에서 열린 국제청소년과학창의대전 참가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훈규군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전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형이 고등학생 때 만든 태양고도측정기를 보고 관심을 가졌어요. 형의 작품에서 제가 보완하고 싶은 점을 찾아서 연구를 계속했죠. 기존 측정기는 실외에서만 측정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빛 감지 센서를 이용해 실내에서도 측정이 가능한 태양고도측정기를 구상했습니다."
어렵게만 들리는 발명이지만, 이 가족에게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거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상패와 트로피, 메달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두 성규·훈규 형제와 최 교사가 받은 것들이다. 훈규군의 경우만 봐도, 초등학교 5학년 때 국제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 '르네상스'상을 받았고, 중2 때 같은 대회에서 세계 5위, 고1 때인 지난해에 또다시 '르네상스'상을 받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사교육 없이도 이런 성과를 올린 것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교육 덕분이다.
성규·훈규 형제는 어린 시절 학교를 놀이터처럼 여기며 자랐다. 아버지인 최 교사가 방과 후에 초등 고학년 학생들을 모아놓고 과학수업을 할 때면 옆에서 그 수업을 구경하거나 각종 과학기구를 만지며 놀았다. 최 교사는 "생각은 손끝에서 나온다. 손으로 만져서 '따뜻하다'고 느껴야 '왜 따뜻하지?'라는 생각도 떠올릴 수 있다. 특별히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아이들이 마음껏 만지며 놀도록 놔뒀다"고 전했다. 또 학교 도서관을 매일 드나들며 많은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잠든 아이들을 최 교사가 찾으러 다니곤 했다.
또 대화도 자주 나눴다. 뉴스를 함께 보며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을 묻고, 주변 사물을 화제 삼아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줬다. 엄마 김씨는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아이와 함께 고민하며 대화했다. 모든 아이디어가 발명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주위를 자세히 관찰하며 생각하는 활동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운다"고 전했다. 덕분에 훈규군은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첩에 적어두는 습관도 갖게 됐다. 발명품 역시 거창한 재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CD케이스, 빈 페트병, 빨대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로 만든다. 온 가족이 함께 발명품을 만들며 부모·자녀 사이도 저절로 돈독해졌다.
◆수많은 대회 참가… 과학적 창의력·리더십 키워
최 교사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일 때부터 다양한 과학대회에 참가하도록 격려했다. 과학에 재미를 느끼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발명이나 과학탐구 대회는 물론 과학 관련 그림 대회나 글쓰기 대회 등 다양한 대회에 참가시켰다.
"대회에 참가할 때는 결과보다 준비 과정을 중시했죠. '일등을 하려고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준비한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라'고 했어요. 두 아이 모두 대회 준비과정을 즐기며 몰두하고, 집중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웠죠. 대회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이 자신감이 다른 과목 공부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성규·훈규 형제는 대회에 참가하며 과학적 창의력뿐 아니라 리더십과 도전정신까지 길렀다. 훈규군은 "대회는 보통 팀을 이뤄 출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설령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기다려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 아이는 할 수 있다'는 부모의 믿음이 교육의 밑바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