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니처럼 인터넷에 당하지 않겠다”
연일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로 정권 붕괴의 위기에 빠진 이집트 정부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유례없는 인터넷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혁명’으로 불리는 인접국 튀니지의 시민혁명에 자극을 받은 이집트 시민들은 당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시위장소를 알리거나 의견을 교환해 왔다. 주요 뉴스들은 #Cairo 등의 해시태그(트위터에서 같은 이슈를 공유할 때 표시해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태그)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됐다. 튀니지처럼 SNS가 시위확산의 중심통로가 된 셈이다. 특히 SNS는 모바일 기기와 결합하면서 급속한 전파력을 보여줬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트위터를 막은데 이어 26일 구글과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급기야 28일엔 인터넷망과 휴대전화망까지 전면차단했다. 특정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막는 ‘초보적인 조치’를 넘어 아예 나라 전체의 인터넷망을 마비시킨 작전을 쓴 것이다.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인 레네시스(Renesys)의 제임스 코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집트 정부가 인터넷 역사상 유례없는 조치로 고객들의 인터넷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정부가 사용한 방법은 자국 내 5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망을 틀어막는 것이엇다. 레네시스가 실시간으로 이집트 주요 ISP의 인터넷 트래픽을 모니터한 결과를 보면 링크이집트와 텔레콤이집트, 보다폰 등 이집트의 5대 ISP는 지난 28일 자정 직후 잇따라 인터넷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28일 새벽 0시 12분부터 접속차단 조치가 시작돼 20여분만인 0시34분에 이집트의 거의 모든 인터넷망이 차단됐다고 레네시스는 밝혔다.
이집트에는 이들 외에도 수십개의 군소 ISP가 있다. 그러나 군소 ISP는 대부분 세계 인터넷망에 접속할 때 이들 대형 통신사업자한테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5개 사업자의 망만 틀어막으면 나라 전체의 인터넷을 봉쇄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조치로 전체 이집트 인터넷망의 93%가 먹통이 됐다 . 이집트 정부는 28일 인터넷망에 이어 휴대전화망까지 차단했다.
제임스 코위는 이에 대해 “이집트 정부가 5대 ISP에 거의 동시에 (인터넷망을 차단하라고) 전화를 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단지 전화 몇 통화 만으로 나라 전체의 인터넷을 끊었다는 얘기다.
그는 “이집트 정부의 조치는 사실상 세계 지도에서 이집트를 삭제한 것과 같다”며 “이집트는 세계 인터넷 커뮤니티와 세계 경제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위터 측도 이집트 정부의 접속 차단 조치에 대해 “우리는 공개적으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사회에 이익이 되고 정부가 국민들과 소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측도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이집트의 정치 혼란은 이집트 국민과 정부의 문제지만,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은 세계 커뮤니티의 관심사항이다. 그 누구도 인터넷 접속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