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술품 경매시장은 지난해의 뜨거웠던 열기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세계적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작년 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인상파 작품과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전망이다. 크리스티는 이 외에 초현실주의 기획전을 통해 새로운 인기몰이에 나선다. 소더비는 지난해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피카소와 자코메티의 또 다른 작품을 내세우는 동시에 아시아 컨템포러리 작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넓혔다.

◆ 미술품 경매시장, 작년 한 해 사상최고 행진

세계적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지난해 경매액은 크게 늘어났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티의 작년 경매액은 33억 파운드(5조8000억원 상당)로 전년 대비 53% 늘었다. 지난 2007년에 기록한 이전 최고 기록(31억 파운드)을 넘어섰다. 아직 공식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소더비의 경우, 작년 경매액은 전년 대비 87% 늘어난 43억 달러(4조8000억원 상당)로 추정된다.

미술품 시장에 대한 투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능가하는 규모로 회복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그전까지 고급 사치품을 사들이던 미국과 아시아의 신흥 투자가들이 대거 미술 시장으로 옮겨오면서 미술계의 블루칩이라 불릴 만한 작품에 수요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크리스티의 성과는 파블로 피카소의 1932년작 '누드, 푸른 잎과 상반신(Nude, Green Leaves and Bust)'이었다. 작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소에서 이 작품은 예술품 경매 사상 역대 최고가인 1억6500만 달러(1850억원 상당)에 낙찰됐다.

소더비 경매에서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이 지난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자코메티의 1960년작 '걷는 사람 I'은 지난해 2월 소더비 런던 경매소에서 조각 작품으론 사상 최고가인 6500만 파운드(1156억원 상당)에 팔렸다.

크리스티의 경매액을 미술 장르별로 살펴보면, 인상파와 현대 미술 부문이 7억6660만 파운드 규모로 전년 대비 53% 늘었고, 전후ㆍ컨템포러리 부문이 6억260만 파운드, 아시아 미술이 5억6960만 파운드로 전년 대비 각각 148%, 145% 크게 늘었다, 쥬얼리ㆍ비취석ㆍ시계 부문은 3억3420만 파운드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홍콩 지역의 경매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작년 한 해 경매액이 13억 파운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홍콩 시장에서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4억6580만 달러를 기록했다. 크리스티는 홍콩 경매소 인력을 올해 최소 세 차례 더 늘릴 계획이다.

반면 유럽 지역은 소폭 늘었고 러시아와 남미 지역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유럽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9% 늘어난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남미 시장의 실적은 13~17세기 유럽 거장의 회화와 19세기 미술 판매가 소폭 늘었을 뿐, 평이한 실적을 거뒀다고 WSJ는 전했다.

◆ 피카소, 자코메티에 이어 고갱, 마그리트 매물로

세계 미술 시장의 눈은 오는 2월 열리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현대ㆍ컨템포러리 미술 경매에 쏠려 있다. 지난해 인기를 얻은 인상파와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크리스티는 올해 인상파ㆍ현대 미술 부문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 동시에 초현실주의로 투자자의 관심을 넓힐 계획을 세웠다. 우선 지난해 실적 호조의 공신인 인상파ㆍ현대 미술 작품 경매는 지속된다. 지오바나 베르타조니 크리스티 런던경매소 디렉터는 지난해 최고 경매가 상위 10개 작품 중 7점이 이 부문에 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중 6점은 5000만 달러 이상에 팔렸다. 그는 "이 부문으로 새로운 투자자가 계속 몰려들고 있다"면서 "진귀한 최고 작품에 대한 수요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2월 9일 열리는 경매에서 폴 고갱이 1901년에 타히티에서 그린 네 점의 해바라기 정물 중 한 작품(L'Idea del cavaliere)을 경매에 내놓는다. 예상 낙찰가는 700만~1000만 파운드다. 프랑스의 야수파 화가인 앙드레 드랭의 1905년작(Bateaux a Collioure)도 매물로 나오며, 예상 낙찰가는 400만~600만 파운드다.

크리스티 경매소는 이어 31점 규모의 초현실주의 미술품 경매를 기획하고 있다. 크리스티 측은 컨템포러리 미술에만 관심을 두던 투자자들이 초현실주의 작품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기획의 취지를 전했다. 르네 마그리트의 1941년작 '레망(L'aimant)'이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작품이다. 커튼이 드리워진 바위에 몸을 기댄 긴 금발머리의 아름다운 여성의 나체를 그린 작품으로, 예상 낙찰가는 350만~550만 파운드다. 경매에 앞서 이뤄지는 프리세일(presale) 전시에서 추정된 경매가 전망치는 1880만~2750만 파운드로, 크리스티가 지금까지 진행한 초현실주의 기획전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소더비는 크리스티보다 하루 앞선 2월 8일에 피카소의 1932년작 '책 읽는 여인(La Lecture)'과 자코메티의 1957년작 '디에고의 흉상'을 경매에 부친다. 피카소의 '책 읽는 여인'은 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읽던 책을 올려놓은 채 행복한 모습으로 잠이 든 연인 마리 테레즈 월터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필립 후크 소더비 인상파-현대 미술 선임 디렉터는 이 작품의 경매가가 1200만~1800만 파운드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카소의 1930년대작이자 지난해 사상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누드, 푸른 잎과 상반신'보다는 현저하게 낮은 가격 수준이다. 이에 대해 후크 디렉터는 "전망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코메티의 '디에고의 흉상'은 그의 남동생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예상 낙찰가는 350만~500만 파운드다.

그 외에 조각가인 마리노 마리니의 1955년작도 선보인다. 높이 220센티미터의 이 조각상의 예상 낙찰가는 370만~450만 파운드다.

◆ 중국 역사 꼬집는 현대 설치미술에도 관심

소더비는 아시아 컨템포러리 미술에도 관심을 넓혔다. 2월 15일 소더비 런던경매소에서는 중국 설치미술가인 아이 웨이웨이의 '해바라기 씨' 작품 일부를 인상파ㆍ현대ㆍ컨템포러리 미술 판매기간인 두 주에 걸쳐 매물로 내놓는다. 이 작품은 도자기로 만든 1억개의 해바라기 씨 모양을 바닥에 쌓아놓는 형식의 설치 미술로서, 오는 5월 2일까지 영국 런던 소재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터빈홀에서 전시한다. 이번 경매에서는 해바라기 씨를 100킬로그램씩 모아 판매하며, 프리세일(presale)에서 추정된 낙찰가는 100킬로그램당 8만~12만 파운드였다.

그런데 웨이웨이의 작품은 중국 권력층에 대한 반감을 담고 있어 중국 당국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대상이다. 이번 경매가 공표되기 전인 지난 11일 웨이웨이의 상하이 스튜디오는 중국 현지 당국으로부터 사전 경고 없이 철거됐다. 소더비의 작품 설명에 따르면, 해바라기 씨는 중국 공산당의 상징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중국 혁명 1세대 마오쩌둥은 자신을 태양으로 지칭하며 추종자를 해바라기라고 묘사했기 때문.

동시에 해바라기 씨는 마오쩌둥의 실패한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오쩌둥이 1958~61년에 걸쳐 실시한 '대약진정책' 와중에 해바라기 씨는 기아에 빠진 농민들의 배를 채우는 유일한 식량이었다. 당시 마오쩌둥은 경제 공업화 정책을 통해 사회ㆍ경제적 개혁을 꿈꿨으나 실패로 끝나고 결국 수백만 명이 굶주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