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 박지성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전설이 됐다. 박지성은 31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 은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지성이 은퇴기자회견에 앞서 정몽준 명예회장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박지성이 택한 A대표팀 은퇴길은 막지 않았다. 오히려 환한 웃음으로 은퇴를 격려했다.

박지성은 31일 오전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A대표팀 은퇴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 명예회장을 만났다.

아버지 박성종씨와 함께 한 자리에서 박지성은 11년간의 태극마크에 대한 소회를 정 명예회장에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들었다.

정 명예회장은 "박지성은 유럽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아시아의 자랑이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앞으로 유럽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지성은 "그동안 회장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이렇게 잘 할 수 있었다"며 "지금껏 받은 것을 앞으로 후배들에게 베풀 것이고 한국 축구 발전에도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박지성은 올해 1월 재단 이사장이 됐다. 박지성 재단이 본격적으로 설립되면서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축구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정 회장은 "박지성 축구센터를 비롯해 재단이 한국 축구의 큰 기둥으로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신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박지성은 "고맙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정 회장은 박지성의 열애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러자 대답은 아버지 박성종씨가 대신했다. 박 씨는 "실체가 없는 열애설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고 열애설을 부인했다.

그러자 정 회장은 "지성이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더 축구를 잘 할 수 있을거야"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정 회장은 2022년 월드컵 유치 실패에 대한 아쉬움도 나눴다. 당시 박지성은 한국을 대표해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해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한국 유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회장은 "월드컵 유치에 실패했지만 도와줘서 고맙다. 유치에 성공했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아시아 판도를 흔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더 큰 도움이 됐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박지성은 아시안컵 이후 휴식을 부여받고 설 연휴를 국내에서 보낼 예정이다. 이후 곧바로 영국으로 날아가 맨유의 리그 선두 유지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