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2011년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결산하는 글을 직접 작성해 언론에 배포했다.

평소 꼼꼼한 자료정리로 유명한 조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 취임 이후 주요 경기 직전 포지션별·상황별 전술을 담은 이른바 '조광래 X-파일' 문서를 통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해 화제를 모았다.

우즈베키스탄과 3-4위전을 3-2 승리로 이끈 조 감독은 카타르 도하의 숙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밤에 기자들에게 줄 결산 자료를 만드느라 잠을 다 못 잤다”며 웃었다.

‘아시안컵 결산’이라는 제목의 A4 용지 2장짜리 자료에는 조광래 감독이 제15회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 잘 된 것과 그렇지 않은 내용, 앞으로의 계획 등이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었다.

조 감독은 아시안컵 결산 자료를 통해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심한 박지성, 이영표 선수에 대해서는 그동안 노고와 희생, 봉사로 점철된 국가대표의 오랜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두 사람의 은퇴 공백을 메우고 브라질 월드컵 예선을 무리없이 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세대교체와 공수 전환의 속도 향상, 경기를 지배하는 패싱플레이 등 한국축구의 진화와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결산하면서 수비진과 체력 문제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수비수들의 영리한 플레이에 대한 훈련 필요성을 절감했다"면서 "이번 대회 호주와 이란전 이후 회복하지 못한 체력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감독의 아시안컵 결산 전문

51년 만에 우승이라는 과업을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에 대해 우선 팬과 선후배, 동료 축구인, 언론 모두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심한 박지성, 이영표 선수에 대해서는 그동안 노고와 희생, 봉사로 점철된 국가대표의 오랜 활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대표팀을 맡고 아시안컵까지 우리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기간은 45일이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감독인 저는 한국축구의 변화와 진화를 위해 선수들과 하나가 되 치열한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변화와 진화의 화두는 ▲공수 전환의 속도 배가 ▲경기의 지배였습니다.

이 변화를 꾀하기 위해 ▲강한 압박 ▲섬세한 패싱플레이 ▲수비-미드필더-공격 라인의 밸런스 유지는 필연적인 요구 사항이었습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상대의 체격과 체력적인 장점을 무력화시키며 경기를 지배한 점, 이란과 경기에서 섬세한 패싱플레이와 강한 압박 플레이를 앞세워 승리를 이끈 점은 한국축구의 변화와 진화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수세시 강한 맨투맨을 추구해온 수비수들의 영리한 플레이(지역을 선점하여 패스선을 차단하거나 수비수간 폭, 깊이, 커버플레이 등)에 대한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수비 조직의 한계와 2선에서 침투하는 오버래핑에 일순간 무너지는 측면 수비의 문제 개선을 위해 전술, 기술적 훈련도 중요하지만 수비수로 갖춰야 할 지능적 판단력의 훈련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호주, 이란 경기 후 회복하지 못한 체력의 문제는 준결승, 3~4위전의 경기력에 절대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하여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 검토하겠습니다.

한국축구는 더 많은 진화와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영표와 박지성의 은퇴 공백을 메우는 전술적 준비와 선수 선발, 육성 등은 물론이고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무리 없이 소화해야 하는 과제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지속적인 세대교체와 공수 전환의 속도 향상, 경기를 지배하는 패싱플레이를 통해 한국축구의 진화와 변화에 대한 책임과 책무를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시안컵 기간 동안 축구인 선후배, 팬, 언론인 여러분들의 성원과 격려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드립니다.

2011.1.30 국가대표 감독 조광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