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90㎞ 떨어진 소도시 미럿의 빈민마을 자키르 콜로니(Jakir Colony)의 쓰레기와 폐수, 소 배설물이 떠다니는 하천가에서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흙 묻은 손으로 인도 전통 빵 '난(naan)'을 먹었다.

세 살배기 사히르(Sahir)는 엉덩이가 니은(ㄴ)으로 굽어 제대로 서 있지 못했다. 엄마 제브니샤(Zebnisha)는 "아이가 평생 다리를 절어야 한다"며 "7명이나 되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지난 16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미럿시의 빈민가 자키르 콜로니에서 한국로터리 회원들이 소아마비 백신 투약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장기윤(59) 한국로터리 3600지부 총재가 아이 입에 소아마비 백신을 넣어주고 있다.

이날 사히르가 사는 마을에 국제로터리(Rotary International) 산하 한국로터리 회원 40명이 방문했다. 대기업 회장과 대학교 명예교수, 전 병원장, 국회의원 부인이 포함된 회원들은 소아마비 백신 한 상자를 들고 마을 한쪽에 '의료 캠프'를 차렸다. 천막 안에 간단한 상비약과 위생도구를 갖춘 '간이 진료실'이었다.

"울지 마, 이것 먹어야 소아마비에 안 걸리지." 최고령 참가자인 전직 의사 정우(83)씨가 세 살 난 사냐(Sahnia)의 입을 벌리고 소아마비 백신 두 방울을 떨어뜨렸다. 정씨가 사탕을 쥐여주자 사냐는 울음을 그치고 사탕을 입에 넣었다. 사탕을 본 마을 아이들 10여명이 정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봉사자들은 이날 50여명의 아이 입에 백신을 넣어줬다.

회교도들이 모여 사는 이 마을은 많은 아이가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지만, 감염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다. 인도로터리 라지브 고엘(Goel)씨는 "회교도들 사이에 '소아마비 백신을 맞으면 아이를 못 낳는다'는 잘못된 소문이 돌아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마비는 불량한 위생, 더러운 식수 등이 원인인 전형적인 후진국 병이다. 우리나라에선 생후 2주 안에 백신을 의무 접종하면서 1974년 박멸됐지만, 1950~1960년대만 해도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거나 뼈가 기형이 된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인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나이지리아 4개국에서만 발병하고 있다.

박영구(61·금호전기 회장) 한국로터리 3650 지부 총재는 "60센트(약 673원)짜리 백신을 5세 이전에 투약받으면 평생 소아마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인도에 소아마비가 없어지는 날까지 한국로터리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국제로터리는 1985년부터 '폴리오(polio·소아마비)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소아마비 박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로터리는 3년 전부터 인도에 소아마비 박멸 사업 지원금을 후원하고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무료수술 사업도 펼치고 있다.

한국로터리 회원들은 아이들에게 운동화 200여켤레와 양말 400여켤레 그리고 볼펜과 색연필, 지우개 같은 학용품을 전달했다. 최준홍(56·기계사 대표) 3630 지부 총재는 "우리가 1950~1960년대에 선진국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어려운 이들을 도와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