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가 지난 21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무사히 구출했지만 지난 10월 해적에 납치된 금미305호는 석달이 넘도록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원유운반선 삼호드림호가 피랍 7개월만에 풀려났을 때도 금미305호에는 국민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쏠렸었다.

선주 겸 선장 김모(55)씨와 기관장 김모(68)씨 등 부산 출신 선원 2명과 중국인 2명, 케냐인 39명 등 43명이 승선하고 있던 원양어선 금미305호(241t)는 지난해 10월 9일 케냐 해상에서 조업을 하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공해상에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와 달리 금미305호는 현재 소말리아 모가디슈 북쪽 해적들의 본거지인 하라데레항에 억류돼 있어 구출작전을 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적들은 금미305호를 자신들의 모함(母艦)으로 활용하면서 해적질을 하기도 했다.

인질 43명의 석방을 위한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나 수억 원의 몸값을 마련하지 못해 협상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삼호주얼리호가 피랍된 직후 정부의 대응방침을 설명하며 해적 측과 협상 때 개입하지 않고 선원들의 석방금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언론 보도 등을 이용해 석방금액을 높이려는 해적들의 노림수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케냐 몸바사항에서 선박대리점을 운영하며 해적과 석방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김종규(58)씨는 22일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우리 군의 구출작전을 통해 무사히 풀려난 것은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하지만 한국인 선원이 똑같이 억류돼 있는 금미305호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민 보호에 소홀히 하고 있다”고 정부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는 “피랍 직후 정부는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로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이니까 언론 접촉을 피하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최대한 협조해주겠다고 했었다”며 “그러던 정부가 몸값을 지원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주면 갚겠다고 하는데 배가 담보로 잡혀 있어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니 협상 진척 상황을 묻기 위해 2주에 한번쯤 걸려오던 전화도 3주 전부터는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무슬림 종교단체 지도자와 브로커 등을 통해 피 말리는 협상을 진행한 결과 해적들이 당초 650만 달러였던 몸값을 10분의 1 수준인 60만 달러 선으로 낮췄다”며 “30만 달러는 배에 실린 어획물을 팔고 이곳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마련할 수 있지만 나머지 반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 협상금의 반만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다가 나중에는 선장이 조업을 해서 갚을 테니 대출이라도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정부는 조금만 기다려 보라는 말만 되풀이하다 이제는 대출마저 안 된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김 선장이 ‘금미305호 소식이 외신에도 자주 나오는데 한국 정부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국민을 외면할 수 있느냐,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울먹였다”고 전했다.

부산에 거주 중인 김 선장의 부인도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외교부에 호소문도 보내 봤지만 힘없는 우리로서는 소득이 없었다”며 “연락을 해도 간략한 상황을 전해줄 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의 부인은 “우리 애 아빠 배도 진작 저렇게 진압 작전을 벌이던지, 그게 아니면 협상이라도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할 게 아니냐”며 삼호주얼리호 때와는 다른 정부의 대응이 원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부산일보는 전했다.

또한 피랍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금미305호에 승선한 한국인 기관장 김모(68)씨가 고열에 말라리아 증세로 위중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종규씨는 “기관장 김씨는 원래 고혈압이 있어서 약을 지니고 다녔는데 지난 18일 마지막 통화에서 ‘말라리아에 걸렸는지 열이 심하게 나는 등 몸 상태가 안 좋다’고 말했다”며 “이곳에서 약을 보내기 쉽지 않으니 해적들에게 약을 구해 치료해 달라고 사정했는데, 그 이후로는 해적들과 전화 통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