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언제쯤이면 저렇게 꾸미고 살 수 있을까."

아침 TV 프로나 잡지, 인테리어 사이트에 소개되는 연예인의 집을 보면서 한 번쯤 신세 한탄해보셨을 겁니다. 화면 속 그들의 집은 동화 속 궁전, 예쁜 카페 같습니다. 그 모습에 저 역시 "돈이 역시 좋긴 좋은 거구나" 괜히 심통부리곤 합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최근 모 가구회사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연예인집 인테리어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인테리어 협찬'이었지요. 상당수 연예인들이 '홍보'를 미끼로 공짜 협찬으로 집을 꾸민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결혼한 연예인 A씨는 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를 통해서 이 회사에 협찬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홍보효과가 클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관례상 1500만~2000만원어치 정도는 공짜로 넣어주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한창 일을 진행하는 도중 갑자기 A씨 쪽에서 다른 회사 가구를 쓰겠다고 통보했답니다. 회사 관계자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먼저 요청해온 거라 어쩔 수 없이 하려 했는데, 안 쓰겠다고 일방 통보하니 자존심까지 상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가구회사 관계자는 "워낙 협찬 요청이 많으니 연예인 결혼 소식은 가구업계가 제일 먼저 안다는 우스개도 있다"고 하네요.

모 스타일리스트는 아예 '진상' 연예인 케이스를 좔좔 쏟아냅니다. 지금은 군대에 간 톱스타 B씨는 잡지에 집을 공개한다는 조건으로 건축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까지 끼고 아예 새집을 지었답니다.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협찬의 종합선물세트'가 이뤄졌지요. 그런데 집이 완성되고 갑자기 B씨가 집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상당수 업체들이 홍보는 고사하고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의 증언도 비슷합니다. 세련된 매너의 귀공자 스타일 연예인 C씨는 소속사 사장의 약속을 믿고 인테리어를 했답니다. 물론 협찬으로요. 그런데 집 꾸미기가 다 완성되고 나자 C씨는 "마음에 안 든다"며 "다시 가져가라"고 했답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인 D씨 역시 잡지 촬영과 방송 홍보 명목으로 한 푼도 내지 않고 집을 고쳐놓고선 막상 공사가 끝나자 "방송에는 절대 공개 안 하겠다"고 말을 바꿨답니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가구와 장식을 협찬한 업체들만 피해를 본 거죠.

스타보다 더한 스타 부인도 많다고 합니다. 역시나 협찬으로 모든 걸 해결한 연예인 E씨 부인은 협찬받아 깐 마루가 마음에 안 든다며 "다시 다 걷어가라"고 했답니다. 한번 깐 마루는 다시 팔 수 없습니다.

이렇게 협찬으로 인테리어 공사가 이뤄지면 연예인은 대개 인건비 정도는 부담한다고 합니다. 그럴 경우 40~50평형이면 1000만원대 초반 정도 지급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안 내겠다고 버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합니다. 일반적으로 일반인들이 스타일리스트에 의뢰해 집을 고칠 경우 평당 120만원 안팎의 공사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연예인의 경우 인건비만 내면 비용이 50% 이상 저렴해진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중소 규모 국내 업체들은 협찬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지요. 홍보가 쉽지 않은 업체들이 '홍보'라는 말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짜로 제품을 댄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협찬을 받은 연예인이 말을 바꿔버리면 홍보는 아예 못하고 돈만 날리게 됩니다.

자, 이제 다시 우리 집을 봅시다. 좀 너저분할지라도, 좀 허름하더라도, 정당한 대가 치르고 소박하게 꾸민 우리 집. 협찬받아 화려하게 꾸민 연예인집보다 훨씬 아름답지 않나요? 적어도 양심상 말입니다.

[인사이드] 연예인 집은 동화 속 궁전? 실상은 '협찬 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