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북한이 총 250만달러(약 27억9200만원) 상당의 대(對)이란 무기 수출대금을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거쳐 송금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노르웨이 신문 아프텐포스텐(Aftenposten)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또 중국이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통해 북한에 스커드미사일 부품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물품을 수출했다는 외교문서도 공개했다. 아프텐포스텐은 지난 2009년 미국이 현대기아차그룹이 수출한 기계설비가 이란 미사일 개발에 전용됐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한국 정부가 이 거래에 대한 허가를 취소한 사실도 공개했다.
◆北, 멜라트銀 서울지점 통해 송금 받아
미국은 북한이 총 250만달러에 이르는 대(對)이란 무기 수출대금을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거쳐 송금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정부에 이 은행의 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2008년 3월 24일자 전문에 따르면 2007년 11월 이란 내 기업 '홍콩일렉트로닉스'가 그곳 파르시안(Parsian)은행 계좌에서 총 250만달러를 세 차례에 걸쳐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으로 송금했다. 홍콩일렉트로닉스는 북한 단천은행의 '페이퍼 컴퍼니'다. 대금은 모두 유로화로 송금됐으며 이 중 150만달러는 중국 및 러시아 내 계좌로 빠져나갔다.
미 국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한국 정부는 그해 12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거래 조사 내용을 미국에 통보했다. 하지만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별 제재를 받지 않자 미 국무부는 1년여 후인 지난 2009년 5월 12일자 전문을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해 해당 지점의 자산 동결을 요구한 사실도 나타났다.
◆中, 스커드미사일 전용 물품 北 수출
미 국무부는 "2008년 1월 런던과 파리·캔버라 대사관에 보낸 중국의 미사일 부품 수출 관련 전문에서 중국 기업들이 금속 등 탄도미사일 원재료를 이란과 파키스탄, 북한 등에 수년 동안 수출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둥을 통해 북측에 스커드 미사일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물품을 판매했다고 적시했다. 이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 CR)'가 규정한 수출 제한 품목이다. 미국은 중국 무역회사 '선양화리'가 북한 중개회사를 활용해 시리아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전문에는 선양화리가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주요 제품 및 기술 공급 등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고됐다.
◆韓, 현대기아차 이란 수출 취소
2009년 5월 15일 외교 전문에는 터키 업체 AK마키나가 현대기아차그룹이 생산한 각종 컴퓨터 수치제어(CNC) 공작기계들을 수입, 이란 업체 '알달란 기계회사'에 공급하려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알달란은 이란의 액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 개발업자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과 연계돼 있고, SHIG 대신 '실사용자(end user)' 행세를 했을 개연성도 있다. 문제의 공작기계들은 SHIG가 미사일용 액체 추진 로켓의 엔진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그해 4월 미국이 지적한 거래가 2008년 12월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AK마키나에 수출한 제품은 무기 수출 통제와 관련된 국제 및 국내 규범에 저촉되지 않으며, 두 업체는 무기 수출과 관련된 주의 대상 기업도 아니고, 거래도 적법이었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미측은 재차 한국 정부에 협조 요청을 하라고 서울 주재 대사관에 지시했다.
2009년 12월 3일자 전문에는 미국이 문제 제기한 거래에 대해 한국 정부가 마침내 허가를 취소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전문은 터키 업체가 현대기아차로부터 'HS 630 수평형 머시닝센터'와 'HS 800 머시닝센터' 등 공작기계를 도입하려 했다고 말했다. 둘 다 무기 부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정밀 기계공작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