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를 보라. 아직 늦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여권 친이(親李)계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 '룰라 모델' 벤치마킹 움직임이 일고 있다. 브라질의 룰라(Lula) 전 대통령이 작년 12월 말 8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한 채 퇴임하면서 자신이 후계자로 세운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점이 너무나 부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파문으로 '레임덕(임기 후반 권력 누수 현상)'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을 방안도 절실하다. 친이계 고위 관계자는 16일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권을 재창출한 '룰라 케이스'는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들이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친이계가 주목하고 있는 '룰라론'의 핵심은 퇴임 직전 여론 조사 지지율이 87%나 됐다는 점과 이것을 토대로 삼아 집권당 후보가 다시 뽑혔다는 점이다. 실제 브라질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졌던 호세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과정을 보면 룰라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 2005년 룰라 정권에서 에너지장관을 하던 호세프는 당시 룰라 대통령의 유력 후계그룹으로 평가됐던 디르세우 수석장관(우리의 총리에 해당)과 팔로시 재무장관을 제치고 수석장관에 발탁된 걸 계기로 후계자로 성장했다.

한 친이계 의원은 "룰라가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무명의 호세프를 적극 밀어주면서 후계구도를 만들어간 것"이라며 "특히 브라질에서는 야당 대선 후보들조차 '친(親)룰라'를 표방할 정도로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최고였다"고 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퇴임 때까지 높게 유지하면 차기 창출에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이는 바로 친이계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이런 이유 등으로 '룰라 케이스'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이 장관은 'W자(字)'를 그리며 상승해온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향후 4대강 준공 등 호재(好材)를 감안하면 임기 말까지도 50%대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장관이 최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하나다', '현 정권이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설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 10%대의 지지율을 보인 김영삼(YS) 정권에선 집권당의 이회창 후보가 YS와 거리 두기를 한 반면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한 김대중(DJ) 정권 때는 노무현 후보가 'DJ의 계승자'를 자처했다"며 "이회창은 낙선하고, 노무현은 당선됐다. 이게 바로 집권당의 정권 재창출 방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룰라 케이스'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가 상당하고, 이미 여권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자체적으로 탄탄한 지지율을 갖고 있다. 2위 그룹과의 차이가 두자릿수 이상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차기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란 말들이 나온다. 한 친이계 의원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2000년 대선에서 정권을 부시에게 넘겨줬다. 현직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반드시 정권 재창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친이계의 '룰라론'을 '레임덕 늦추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원하는 후보를 세우진 못해도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후보를 떨어뜨릴 수는 있을 것"이라며 "친이계 핵심들의 '룰라론'은 박 전 대표 등 차기 주자들이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쓰지 못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