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찬호는 돈복(?)이 있는 선수였다.

올겨울 박찬호는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의 오릭스 버펄로스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 17년 커리어를 접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FA의 '양극화'

최근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흐름을 보면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몇 대형 FA들은 1억달러(약 1,150억원)를 우습게 넘기는데 반해 중하위권의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헐값에 팔려가는 신세다.

특히 박찬호가 속했던 FA 구원투수들의 몸값이 폭락세를 면치 못해 만약 박찬호가 끝까지 미국잔류를 고집했다면 최저연봉 수준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례로 2010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셋업맨으로 맹활약했던 일본투수 사이토 다카시는 밀워키 브루어스로 가면서 1년 175만달러를 받는데 그쳤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좌완셋업맨 J.C. 로메로 또한 소속팀과 135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역시 보스턴과 재계약한 오카지마는 175만달러를 받았다.

쓸 만한 마무리투수 중 하나인 옥타비오 도텔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1년 고작 325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더 충격적인 건 케리 우드다. 우드의 몸값은 내년 15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오릭스는 '구세주'

만약 박찬호가 미국에 남았다면 재계약이 유력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더한 '짠돌이'다. 한때 뛰어난 좌완 선발투수로 각광받던 스캇 올슨에게 단돈 55만달러를 보장해줬다.

박찬호와 비슷한 성적이나 커리어의 구원투수들은 대거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추락하는 실정이다. 박찬호가 미국잔류를 원했다면 마이너리그 계약, 그중에서도 연봉은 최저수준인 5-60만달러를 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오릭스는 박찬호에게 연봉 120만달러 및 성적에 따른 옵션 10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게 된다.

비공개계약이나 이면계약 등이 난무하는 일본프로야구 시장은 금액과 관련된 모든 것을 탁 터놓고 오픈하지 않는다. 그 점을 염두에 둔다면 박찬호의 실제 몸값은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사실 오릭스 아니었으면 37살 내리막길의 박찬호에게 25억에 달하는 거액을 안길 구단은 없었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는데 돈만 놓고 보면 박찬호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끝까지 빅리그만 고집했다면 지금쯤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을 거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