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이 강희락 전 경찰청장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의 '건설현장식당(함바) 비리' 사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검찰은 그러나 보강수사를 거쳐 늦어도 다음 주 초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나머지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도 예정대로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법원, 이례적으로 긴 영장기각사유
13일 강 전 청장 영장을 기각한 최석문 판사는 이례적으로 기각사유를 6가지나 적었다.
①불구속 수사가 원칙
최 판사는 '형사사건은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최 판사는 그러면서 "자백을 받기 위해 구속하거나 수사편의를 위해 구속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구속이 자백이나 수사의 수단으로 남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 판사는 이러한 기본원칙에 따라 살펴보면 강 전 청장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②돈 받은 의심은 들지만, 인사청탁 명목인지는 의문
최 판사는 4항에서는 "강 전 청장이 유씨를 만나 돈을 받았다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인사청탁 명목이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돈을 받았다는 의심이 드는 근거로는 강 전 청장과 유씨가 만나기 전 통화하고, 유씨가 현금을 인출한 점 등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인정했다. 하지만 "유씨가 인사청탁을 한 사람들(경찰간부)과 통화한 자료만 갖고는, 실제 강 전 청장에게 인사청탁을 했다고 추단(推斷)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뇌물죄가 성립하는데 필요한 직무연관성(대가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최 판사는 이어 5·6항에서는 "돈을 줬다는 유씨가 이미 구속돼 있다"면서 강 전 청장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 "기각사유 비상식적"
검찰은 '불구속수사 원칙'은 원론(原論)적인 얘기일 뿐이며, 구속수사 역시 그 예외로 법이 인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강 전 청장이 유씨를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고, 이를 부인하고 있는데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본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①"인사청탁 명목 돈 줬다"는 진술 무시
검찰은 강 전 청장이 브로커에게 받은 돈 가운데 뇌물죄의 대가성이 확연한 부분만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강 전 청장 영장에 기재한 1억1000만원 외에도 유씨가 강 전 청장에게 준 돈을 더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관들의 '인사청탁'을 받고 유씨가 강 전 청장에게 돈을 준 경우만 영장혐의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씨와 경찰간부 등으로부터 "인사청탁을 했고, 강 전 청장에게 그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진술도 받아내 법원에 제출했는데 그 부분은 최 판사가 무시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통화내역과 관련자 진술로 거의 동일한데 돈을 주고받았다는 부분은 인정되고, 대가성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여자 진술을 아예 무시한다면, 뇌물수수 현장을 CCTV로 찍고, 뇌물까지 현장에서 압수해야 구속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②부인(否認)하면 방어권 보장?
검찰은 또 최 판사가 "강 전 청장에게 방어권 범위를 초월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힌 부분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 전 청장은 1억1000만원 가운데 4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유씨에게 대가 없이 받은 것을 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4000만원에 대해 유씨는 "강 전 청장이 해외에 나가있으라면서 준 돈"이라고 진술했다.
강 전 청장의 행위는 수사방해에 해당해, '수사→재판→형 집행'으로 이어지는 형사소송 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