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둘째아들이 서울대 로스쿨에 부정입학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하루 만인 14일 당 대변인을 통해 "스스로 조사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불찰이었다"며 안 대표와 가족, 서울대 로스쿨측에 사과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당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대 당국은 물론 때로 야당과 정치적 행동을 같이하던 교수까지 나서 그 사실을 부인하자 헛발질을 인정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공익적(公益的) 목적으로 폭로에 나설 수는 있다. 그러나 그전에 가능한 모든 통로로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게 국회의원의 정치적, 도의적, 법률적 의무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사전에 서울대측에 기초적인 사실조차 알아보지 않았다. 또 서울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위 소속 동료 의원들의 도움을 얻어 사실 여부를 짚어볼 노력도 하지 않았다. 교육위의 한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같은 내용을 제보받았지만 서울대를 통해 거짓으로 확인해 덮었는데도 말이다.

이 의원은 안 대표의 아들에게 '인격적 테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 대표 아들이 당할 상처와 고통을 미리 헤아렸다면 이렇게 섣부르게 폭로할 엄두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이 다른 사람도 아닌 집권당 대표의 문제를 거론하는데도 미리 폭로 내용과 사후 대처방안 등을 살펴보지 않았다. 오히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의원이 받은 제보는 정확하다"며 부채질을 해댔다.

우리 정치권에선 '아니면 말고'식 폭로가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거짓으로 드러나도 징계나 처벌을 받기는커녕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는 일까지 생기니 저마다 폭로를 '남는 장사'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이 의원이 당 대변인을 통해서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다행이다. 그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게 아니라 그것조차 하지 않아 온 게 이 나라 정치이기 때문이다.

일본 민주당은 제1야당 시절인 2006년 소속 의원의 폭로가 거짓으로 확인되자 당 대표와 간사장, 국회대책위원장 등 지도부 전원이 물러났다. 대기업이 당시 집권당인 자민당 중진 아들에게 수천만엔을 건네려고 했다고 거짓 폭로했던 의원은 의원직을 내놓았다. 일본 민주당은 이런 행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쌓아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민주당과 이 의원은 지금 같은 걸음걸이로 언제 집권에 다가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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