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이달 말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미용명가'. 극단뉴컴퍼니가 제작한 이른바 대구 토종뮤지컬이다. 척박한 지방의 현실에서도 제2의 '만화방 미숙이'를 꿈꾸고 있다. '만화방 미숙이'는 역시 극단뉴컴퍼니가 제작해 총 697회라는 장기공연으로 대구 뮤지컬의 자존심과 실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미용명가'의 출연진들은 모두 5명. 김현규, 서영무, 이지영, 류강국, 최은아가 그 이름들이다.

"대구 뮤지컬을 앞세우기 이전에 진정한 명작을 만들려는 노력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용명가’의 출연진과 제작자이자 연출가인 이상원(왼쪽)씨가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현규씨는 촬영에서 빠졌다.

출연진들의 각오이자 '프로다운 프로'가 되는 것이 이들의 꿈이고 소망이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바깥에서는 연극만으로 밥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이 대한민국 연극계의 엄연한 현실. 이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 밥을 해결할 다른 직업을 가진 '투 잡스(Two jobs)족'이기도 하다.

가장 연장자인 60대 중반의 김현규씨 역시 한때 '투잡스족'이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연극에만 '올인'하고 있다. 2년 반 전 위암 수술을 받고 난뒤 지금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몸이면서도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미용명가'의 주연 중 한 명인 서영무씨.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 중인 학생이다. 5월에 군 입대를 앞두고 현재 휴학 중에 있다. 이 작품이 그의 공식 데뷔작이다.

"학교에 다닐때 연극을 해본 경험이 이번 공연에서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제대하고 나서도 연극판에 몸담고 싶다는 꿈을 숨기지 않는다.

여자 주역인 이지영씨. '만화방 미숙이'에서 미숙이 역할을 한 뮤지컬의 베테랑이자 대구 뮤지컬 배우의 대표격이다. 697회의 공연 중 절반 이상을 소화해 내 '만화방 미숙이'를 대구 뮤지컬의 명품으로 만든 주역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연극 경력 10년째이며, 연극을 하다 뮤지컬로 전향해 지금은 뮤지컬 작품에만 전념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노래 실력이 좋아 여러 가요제에서 상을 타 싹수를 보였다고 한다.

"뮤지컬이 힘들어도 너무 재미있어요. 앞으로도 뮤지컬 배우로 남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에게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투잡스족'이다.

"지금은 방학이라 강의료도 나오지 않아요." 장난처럼 말하지만 그 속에는 뼈가 있는 듯하다.

'미용명가'에서 1인7역을 맡아 고군분투하는 배우가 2명 있다.

류강국씨도 그중의 한 명이다. 류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연극이 너무 좋아' 아예 연극배우로 나선 인물이다. 한때 대구 바닥에서는 대표적인 연극배우였지만 12년 전 '연극현실이 너무 힘들어' 연극판을 떠났다. 그 공백을 부산교통방송의 '달리는 라디오' 프로로 메웠다. 매일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11년 동안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부산에서 '청취율 1위'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영원히 연극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12년 만인 2009년 연극판으로 돌아왔다. 그후 배우 류강국에게는 '제2의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저는 연극배우지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극의 분위기와 흐름에 적절하도록 노래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역시 매일 오전에 대구MBC에서 '여성시대'를 진행하며 생활인임을 절감하고 있다.

1인7역의 또 다른 주인공인 최은아씨.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1년 만에 그만두고 뮤지컬을 다시 전공한 당찬 배우다.

"뮤지컬에 대한 열망이 컸나 봐요. 하루라도 젊을 때 뮤지컬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그 역시 시내에서 옷가게를 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단단한 프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의 연극이 영세하고 또 연극만으로 생활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죠."

그러면서도 '그에 상응한 대우'가 있어야 된다고 믿는다.

제작자인 극단뉴컴퍼니 이상원 대표는 "'미용명가'가 3월이면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공연돼요. 그 이후에도 장기공연 체제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죠."

'미용명가'를 제2의 '만화방 미숙이'로 만들기 위한 배우들과 제작자의 열정은 한겨울 추위도 녹일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