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 도영심 이사장의 피부는 한겨울에도 갈색을 띠고 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아프리카(사하라사막 이남) 오지를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스텝재단은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만들어주는 '고마워요, 작은 도서관'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7년 10월 시작해 작년까지 80개의 도서관이 아프리카에서 문을 열었다. 오는 3월에는 에티오피아에 100번째 작은 도서관이 탄생한다.
"국회의원이던 1980년대부터 아프리카를 다녔어요. 현장을 보고 겪으면서 단순히 원조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죠. 원조받는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근본적 빈곤 탈출이 가능합니다. 교육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이 세계에 6900만명이나 되니 아직 갈 길이 멀지요."
현지에서 도서관 건물과 인력을 제공하면 스텝재단은 국고 지원 등을 받아 책과 학용품으로 내부를 채운다. 원조는 주는 쪽과 받는 쪽의 '파트너십'에 기반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 사업은 한 번에 큰돈을 풀고 마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에 꼭 필요한 소규모 원조로 꾸준히 돕는 '스마트 원조'의 대표적인 예다.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시간에 맞춰 일한다'는 개념이 없는 현지인들과 일하기도 힘들었죠. 차로 7~8시간 험한 길을 달리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렇게 달려가 도착해보면 아이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어요. 책이 보고 싶어 땡볕 아래서 몇 시간이나 서 있었던 겁니다. 그 아이들의 함박웃음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은 싹 다 잊혀요."
그는 작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ISE(세계 교육혁신 서밋)에 참석,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개발국 어린이를 위한 '세계교육재단' 설립에 동참하기로 했다. WISE는 빈곤인구를 2015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모든 어린이가 교육받게 하자는 '유엔 새천년 개발목표(MDG)'를 이루기 위해 재작년 설립됐다. 그는 아프리카 원조에서 한국이 '교육'이라는 테마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린 교육을 통해서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했어요. 오바마 대통령도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해 교육의 힘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예로 들었지요. 한국 교육의 힘을 얘기할 때 아프리카인 모두가 귀를 기울여요."
그는 반기문 UN 사무총장 덕에 현장에서의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인들은 반기문 총장에 대해 엄청난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도 이사장은 "선진국의 지도자들은 가난을 모르지만 반 총장은 가난을 알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을 겪었음을 높이 사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