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0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연말 4개월째 공석 중인 감사원장의 후보로 지명됐다. 그러나 대검 차장 퇴임 직후 대형로펌 대표를 맡아 7개월간 7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겹쳐 부적격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에 이어 여당까지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함에 따라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두 명이 도덕성 시비로 넘어진 지 4개월 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2008년 조각(組閣) 땐 세 명의 장관 후보자가, 2009년에는 검찰총장 후보자가 비슷한 이유로 중도하차했다. 흠이 많은 인물을 무리를 하면서까지 불러 쓰려다 결국 뒤집히고 마는 인사 파동이 이 정부의 관례가 돼버렸다.

이번 인사 실패의 책임은 누가 질 셈인가. 형식상이나마 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녀야 할 감사원장에 전직 대통령 비서를 임명하면 문제가 되리라고 예상도 못했단 말인가.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을 지낸 사람을 감사원장으로 쓰겠다고 하면 그때 민정수석실이 총리실의 사찰 결과를 보고받았느냐, 보고받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게 뻔했다.

그런데 청와대에는 이런 사실조차 내다본 사람이 없었다. 정말 예상도 못했는가, 아니면 예상은 했는데도 임명권자의 뜻이 너무 강해 감히 입을 열지 못했는가. 인사를 이 지경으로 하면서 인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신설한 인사기획관 자리를 1년4개월 동안 한 사람도 임명하지 않은 채 은근슬쩍 없애버린 것은 또 무슨 희극(喜劇)인가.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레임덕(권력 약화)은 없다"고 해왔다. 청와대는 이날 한나라당의 요구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런 인사 실패를 또 한 번 되풀이하면 머지않아 '절름거리는 오리(레임덕)'가 청와대 안마당으로 뛰어들 것이다.

[오늘의 사설]

[사설] '함바집' 로비가 경찰 수뇌·청와대에 파고들었다면
[사설] 本業 버린 인맥 관리 전문가들 넘쳐나는 교수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