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학봉 도쿄특파원

"중국일본의 수자원(水資源)을 노리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 토지를 중국 자본이 사들이자 일본 내에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사들인 토지는 도쿄돔 야구장 130개 정도의 넓이. 대부분이 수(水)자원이 풍부한 지역인데, 이를 놓고 중국이 하천 오염으로 물이 고갈될 것에 대비해 일본 땅을 사들이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된 것이다.

외국 자본이 홋카이도의 땅을 사들이는 것은 실제로는 리조트 용지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홋카이도는 중국에서 인기를 끈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홋카이도의 물을 중국으로 대량 운반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인데도 이런 음모론이 언론에도 나온다.

몇년 전 한국인들이 쓰시마의 토지를 사들였을 때도 비슷한 음모론이 나왔다. 자위대 기지 주변에 있는 한국인 소유 토지가 자국 안보에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일부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일부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정부와 재계가 개방만이 살 길이라며 '제3의 개국(開國)'을 외치고 있지만 이런 음모론이 언론에 나돌 정도로 배타적 속성이 있는 나라다. 언뜻 일본은 대단히 세계화된 나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 보면 외국인들에게 유·무형의 장벽들이 널려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스모의 경우 몇년째 외국인들의 독무대라고 할 정도로 세계화된 스포츠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몽골 출신 스모선수 하쿠호 쇼(白鵬翔)처럼 외국 출신 스모선수는 일본인보다 더 예의 바르다는 칭찬을 받고 일본어도 능통하다. 최근 한류붐을 타고 카라, 소녀시대, 빅뱅 등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이 연말연시 일본 TV를 장식했다. 이들은 TV에서 서툴지만 일본어로 인터뷰를 하고 일본어로 된 노래를 불렀다. 일본 문화의 배타성을 감안,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에 일본에서 대접을 받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요즘 외국인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된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들이고 이들은 입사하자마자 일본 본사에서 일본식 기업문화부터 배운다. 글로벌 인재가 아니라 일본화된 외국인을 뽑는다.

일본 정부가 외국 기업 유치를 부르짖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도쿄를 떠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외국인이 통장과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도 도장이 필수적이다. 출생연도도 서기(西紀)가 아니라 '헤이세이(平成) ○○년' 등 일본식으로 써야 한다.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면 인터넷 사이트 가입도 쉽지 않다.

아직은 일본인들의 예의, 질서, 청결이 세계의 호감을 사고 있다. 그런 점에선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배타성은 역으로 한국에 기회를 줄 수 있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는 우리 내부의 배타성을 어떻게 없애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