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우리 사회는 작지만 의미 있는 개혁과제 하나를 수행하였다. 제약 및 의료기기 업계의 리베이트를 규율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한 것이다.
사실 국내 제약산업은 그동안 비정상적인 영업으로 과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리베이트라는 나쁜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판매관리비를 비교해 보면, 제약업종은 일반제조업에 비해 무려 3배가 넘는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리베이트로 흘러들어간 비정상 거래라고 추정되고, 규모도 의약품 총매출액의 20%에 달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반면에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R&D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지 않고서는 산업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의약품 시장에서 리베이트에 의한 거래가 관행화된 데에는 음성적인 이윤을 추구하고자 했던 병·의원들도 책임이 있다. 이번에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면서 쌍벌죄를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리베이트를 규율할 새로운 제도는 우선 의사와 약사 등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 및 종사자는 제약회사로부터 의약품의 채택이나 처방을 유도하려는 판매촉진 목적의 경제적 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또 학술대회·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에 대해서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했다.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의 특성상 신제품에 대한 정보습득의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이다.
경조사비·명절선물·강연료·자문료 등에 대해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별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는 비단 제약 및 의료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것이다. 당연히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라면 단 한 푼이라도 금품수수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마련된 리베이트 규율 법규는 3년 뒤에 다시 검토하도록 되어 있다. 그때 가서 이 새 제도의 정착 여부, 규제의 실효성 등을 따지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려면 과거와 같은 리베이트 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