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스포츠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이 스포츠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의 스포츠는 우아한 동작, 정교함보다는 힘과 속도에 초점을 맞춰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파워와 스피드 전성시대를 맞은 것이다. 이런 변화는 테니스·골프·배드민턴 등 개인 종목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팀 스포츠도 다양한 전술의 등장으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이는 규칙 개정 작업을 통해 더 가속화되기도 한다.

[개인 종목] 기교보다 힘·속도 중시… 테니스 오픈 스탠스 샷, 스트로크 원칙 깬 변화

테니스는 스트로크 스윙부터 서비스 방식까지 많은 것이 변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스트로크의 원칙 중 하나가 (오른손잡이의 경우) '라켓을 들지 않은 왼쪽 어깨는 공이 오는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트로크의 정확성과 방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현대 테니스에선 완전한 '오픈 스탠스 샷'이 많다. 오픈 스탠스 샷이란 몸의 정면이 공의 방향을 향하는 것을 말한다. 주원홍 테니스코리아 발행인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픈 스탠스가 자주 나오는 건 몸통을 미리 틀어 팔의 회전력을 극대화하고 공의 파워를 최대한 살리려는 것이다. 장비가 가벼워지고 반발력이 커지면서 이런 동작이 가능해졌다."

스트로크 파워가 커지면서 '서브-발리'를 시도하는 네트플레이어는 줄고 있다. 발리를 하기 위해 네트로 전진하는 선수의 빈공간을 노리는 '스트로크 패싱샷'의 위력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10년 전의 절대강자 피트 샘프러스가 서브-발리의 일인자였다면, 지금의 강자인 라파엘 나달과 로저 페더러는 스트로크가 주 무기다. 서비스를 넣기 위해 공을 위로 던져올리는 사전 동작인 '토스'도 변했다.

이전엔 토스한 공이 정점을 찍은 뒤 10~20㎝쯤 내려왔을 때 타격했다. 최근엔 토스한 공이 정점에 달하기 10~20㎝ 이전에 때린다. 상대의 준비 시간을 빼앗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골프의 경우엔 파워의 척도인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가 훨씬 늘었다. 지난 2000년 미 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존 댈리(301.4야드) 한 명뿐이었다.

당시 2위였던 타이거 우즈가 298.0야드였다. 2010년에는 1위 로버트 개리거스(315.5야드)를 비롯해 총 12명의 선수가 평균 비거리 300야드를 넘겼다. 장타자가 늘어난 이유를 김동욱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비거리가 길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골프 장비도 크게 발달했을 뿐 아니라 선수들도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으로 파워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 1위인 톰 퍼처(미국)의 평균 비거리가 279.6야드에 불과했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늘면서 정확성은 10년 전보다 떨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올해 드라이버 샷 정확도 1위는 오마 우레스티의 76.08%였으며, 평균 70%가 넘는 선수는 모두 19명이었다.

그러나 2000년엔 1위 프레드 펑크가 79.75%를 기록하는 등 무려 75명이 70%를 넘겼다. 이는 골프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각 메이저 골프장들이 코스를 더 길고 어렵게 변화시키면서 선수들도 이에 적응해 나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경우 2000년엔 총 길이가 6985야드(파72)였지만 2010년엔 7435야드(파72)로 10년간 450야드가 길어졌다.

배드민턴도 '파워와 스피드 향상'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왔다. 스매싱 파워는 점점 세지는 추세다. 성한국 대표팀 감독은 "공이 조금만 떠도 바로 강한 스매싱 공격을 받기에 서비스가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성 감독에 따르면 현재의 남자 단식에서 쇼트 서비스의 비중은 90%를 넘는다. 10년 전엔 쇼트 서비스와 롱 서비스가 70% 대 30% 수준이었다.

리시브 때부터 바로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랠리가 짧아졌고 경기 시간도 단축됐다.

[단체 종목] 축구·야구도 빨리빨리… 농구 정통 센터 사라져 가드 못지않은 3점슛

미 프로농구(NBA)의 전설적 센터들은 다 어디 갔을까. 윌트 체임벌린, 카림 압둘 자바, 아킴 올라주원, 패트릭 유잉, 데이비드 로빈슨 같은 '정통파 센터'의 모습은 1990년대 이후로 NBA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21세기의 농구는 과거같은 '센터 놀음'이 아니다. 이런 '대형 센터 실종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농구가 최근 10년간 속도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2001년부터 NBA가 지역방어를 허용하고, 동시에 각 팀도 협력수비 전술을 발전시키면서 현란한 드리블, 날쌘 돌파에 정확한 슈팅력까지 갖춘 포워드, 가드진이 팀 전술의 핵심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자 장신 선수들도 골밑 대신 밖으로 나갔다. 213㎝에 3점슛을 자유자재로 쏘는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나 211㎝이면서 가드 못지않은 슈팅과 스피드를 갖춘 케빈 가넷(보스턴 셀틱스) 등이 21세기형 '빅맨'의 전형이 됐다.

최연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요즘 미국에선 젊은 선수들이 센터 포지션을 기피한다"며 "226㎝의 야오밍(휴스턴 로키츠) 등 극소수 선수들을 빼면 과거같은 정통파 센터들이 도태되는 '스피드 농구'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빨라지는 경향은 축구에서도 뚜렷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빠른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선도한 스페인은 2008년 유럽선수권 우승에 이어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정복하며 축구의 차원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패스 성공 횟수는 3803개로 똑같이 7경기를 치른 우루과이(1890개)의 두 배가 넘는다. '전차 군단'이라는 애칭으로 우직한 축구를 자랑했던 독일도 신예 메주트 외칠과 토마스 뮐러를 앞세워 패스와 스피드를 강조한 '뉴 저먼 사커(New German soccer)'를 선보이며 월드컵 4강에 올랐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해설위원)는 "선수가 아무리 빨라도 공의 속도를 당할 수는 없다"며 "스페인과 독일은 놀랍도록 정교한 패스와 스피드를 통해 그 위력을 운동장에서 증명해 보였다"고 했다.

선수들의 기량뿐 아니라 규칙의 개정도 스포츠가 더욱 빨라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의 스포츠 규칙은 더욱 빠른 승부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야구는 작년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승부치기' 룰을 도입했다. 승부치기란 동점 연장 상황 무사 1·2루에서 이닝을 시작해 승패를 더 빨리 결정짓게 하는 제도다.

한국 프로야구도 2010시즌부터 '투수 12초룰'(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2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함) 등을 적용하면서 2009시즌(3시간18분)보다 9이닝 소요시간을 12분 단축했다.

이렇게 10년간 스포츠가 점점 빠르게 변하는 것은 2000년대를 휩쓴 정보화 물결과 관련 있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처리되는 속도의 혁명이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강신욱 한국스포츠사회학회장(단국대 체육대 교수)은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느린 속도는 용납받을 수 없고 도태의 대상이 된다"며 "사회의 축소판인 스포츠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거나 앞서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