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외교부통일부 업무 보고에서 '통일 준비'와 '남북 대화'의 병행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연한 말이지만 통일 준비로 북한을 압박하며 남북 대화를 추진하라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노선이 봉쇄와 포용 중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도 분분했다.

대통령이 봉쇄와 대화의 신호를 동시에 보내니 일선 부처들의 대북 전략도 온도 차이를 보였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을 우선하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유인하겠다"며 '통일 준비'에 초점을 맞췄지만, 외교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6자회담 등 남북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통일부는 북한이 천안함연평 도발에 대해 사과는커녕 자축(自祝)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어 "당분간 북한 변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국제 정세를 봐야 하는 외교부는 6자회담 재개와 남북 대화를 요구하는 미국중국의 흐름을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봉쇄와 대화의 병행 추진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은 아니다"며 부연 설명을 했지만 북한은 정부의 통일 준비를 자신들에 대한 '체제 흔들기'로 인식하며 반발하는데, 이 상황에서 남북 대화가 활성화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남북 대화의 범위도 북핵문제로 한정할 것인지, 기존의 인도적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군사회담 등으로 확장할지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지 않았다. 김성환 외교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업무 보고 직후 남북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 전제로 북한의 태도 변화와 진정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남북 대화의 핵심 현안으로 북핵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이 핵문제와 인도주의 문제에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면 천안함과 연평 도발문제에도 북한과의 대화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당초 외교부와 통일부는 업무 보고 자료에서 '한반도 통일'을 전면에 내세우며 북한에 대한 근본적 변환, 통일 과정에 필요한 법적·경제적 문제에 대한 외교적 대비 등 '현실로 다가온 통일'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봉쇄와 대화의 투 트랙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지자 두 부처는 전날 밤늦게 '흡수통일'을 연상시키는 표현과 몇 가지 단어를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흡수통일이나 북한 급변사태를 유도한다는 불필요한 오해의 여지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