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외교'와 '통일 외교'라는 두 가지 화두를 동시에 던졌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이란 틀을 활용하고,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평화통일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내년에 북한의 핵 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6자회담에 부정적이었다. 연평 도발 직후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이 즉각적인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거부했고, 지난달 29일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건 기대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6자회담 재개를 언급한 데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6자회담을 다시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년도 사업 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 장관, 김병국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미국과 중국은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남북관계를 개선한 뒤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先)남북관계 개선, 후(後) 6자회담'은 연평 도발 전에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의한 원칙이고, 미국도 수용한 사항이다. 그러나 중국은 연평 도발 직후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지만, 최근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라는 한·미의 입장을 수용했다. 미국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는 등 북핵 상황이 악화되자 제재는 유지하면서 대화 시도는 해보자는 방향으로 노선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초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을 한국에 보내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 접촉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연평 도발 직전에 진행됐던 인도적 지원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을 주제로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한에 "한국과의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6자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천안함과 연평 도발 이후 미국과 중국 모두 피로를 호소하면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국제정세는 남북에 관계 개선을 요구하지만 북한이 도발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 표시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로선 당장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6자회담을 재개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이날 6자회담 언급은, 당장의 회담 재개보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인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단 대화의 문을 열어놨지만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대화는 없다"며 "대통령의 6자회담 언급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핵은 6자회담을 통해 하지만 남북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폐기하는 데 대한민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 주도의 북핵 논의를 강조했다. 북한은 항상 핵 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문제라며 남북 간 핵 논의를 거부했고,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핵 논의를 금기시했다. 고위 당국자는 "핵은 미·북의 문제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내년에 남북 접촉의 기회가 생기면 북핵 문제를 반드시 의제로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평화통일에 대한 외교적 지지 확보를 강조하면서, "우방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도발이 터지면 국제사회에서 형성되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를 재현하지 않으려면,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가진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통일이 북한 급변사태나 체제 전환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란 의미를 주변국들에 설득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찬반토론] 6자회담 남북협상 재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