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9일 아부다비 바니야스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실전훈련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아부다비(UAE)=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샛별 손흥민(18·함부르크)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는 제로톱(zero-top) 전술을 실험한다. 아시안컵에서 최전방 공격수 개념이 없는 전술을 꺼내들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 손흥민은 측면 미드필더와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어온 선수로, 최전방 공격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공격수다.

전형적인 장신의 최전방 공격수를 배치하면 조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템포 축구가 다소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제로톱은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 손흥민 제로톱 카드가 지동원(19·전남) 김신욱(22·울산) 등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배치하는 플랜A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로톱은 요즘 세계축구에서도 등장하는 전술이다. '탈 공격수' 개념이다. 공격수가 최전방에 국한되지 않고 미드필더처럼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을 지칭한다.

조 감독은 손흥민의 특출난 움직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활동량이 왕성한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문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과 좁은 공간에서의 스피드가 좋다. 올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골을 터트리는 등 마무리 능력도 괜찮다.

조 감독은 시리아전을 하루 앞둔 29일(이하 한국시각) 바니야스 스포츠 클럽 구장에서 벌어진 최종 훈련에서 이같은 공격 전술을 지휘했다.

손흥민을 꼭짓점으로 박지성(맨유)이 손흥민 바로 밑에 서는 섀도 스트라이커를 맡았다. 좌우 미드필더에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이청용(볼턴)이 배치됐다. 4명 모두가 쉴새없이 스위칭(자리를 바꾸는 플레이)하며 누가 공격수인지 알 수 없게 했다. 얼핏보면 4명 모두가 공격수가 될 수도, 미드필더가 될 수도 있는 전술로 보였다.

이는 조 감독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박주영(모나코)의 부상 이탈로 무주공산이 됐다. 손흥민을 비롯해 지동원 김신욱 누구도 아직 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서귀포 전지훈련에서 지동원이 한 발 앞서나갔지만 이후 유병수(인천)가 경쟁에 가세하는가 싶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입성한 뒤에는 김신욱이 급부상하는가 싶었지만 다시 손흥민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들 공격수들에 대한 조 감독의 수시로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감독은 최근 지동원에 대해서는 "피지컬이 약해 후반에 활용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고 했다.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에게는 "우리 공격진이 없는 큰 키를 가지고 있어 선발로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손흥민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지만 선발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조 감독은 "손흥민을 꼭 시리아전 선발로 뛰게 하겠다는 의미 보다는 많은 공격 옵션 가능성을 두고 테스트한 것이다. 많은 면을 봤다"고 해 여운을 남겼다.아부다비(UAE)=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