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백화점, 할인마트로 눈을 돌렸지만 살림 고수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알토란 같은 물건을 낚아낸다. 미로같이 연결된 자그만 가게들과 그 가게들을 채우고 있는 아기자기한 물건이 만들어 내는 감성은 대량생산의 매끈한 질감과는 사뭇 다르다. 가격은 일반 소매점의 30~50% 수준. 물건의 교체 주기도 빨라 최신 리빙 트렌드에 맞춰 구색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이 도매상가에 가서 물건을 사기란 쉽지 않다. 워낙 선택의 폭과 규모가 커서 어디부터 접근해야 할지 감 잡기 어려워서다. 홈&라이프팀이 독자들의 고민을 덜어 드리려 리빙 전문가와 함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가와 남대문 그릇도매상가를 돌며 실용적이면서도 예쁜 알짜 소품을 건졌다.
[생활 소품 메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상가
"꽃상가 안쪽의 몇몇 가게, '꾼'들 사이 소문난 곳이죠"
"얼마 전 드라마'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열쇠를 올려놓았던 소품이에요."서울 반포에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3층 경부선 방향 꽃상가 안쪽에 있는 소품가게'로즈벨리'점원이 말을 건넨다. 이곳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가는 드라마 소품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들의 보물 창고다.
시장이라는 어지러운 공간을 도려내고 매장만 똑 떼놓고 보면 고급 팬시가게 못지않게 앙증맞고 세련된 가게가 적잖다. 지하상가부터 3층 꽃시장까지 수백개의 소품 가게가 밀집해 있다.
그중에서도 경부선 고속버스터미널 3층 꽃상가 안쪽으로 있는 몇몇 소품 가게는'꾼'들 사이에 입소문 난 곳. 시간 없으면 이곳만 봐도 후회하지 않을 알뜰 아이템을 고를 수 있다. 리빙 전문가 신동주 F.I.M 스튜디오 대표와 함께 여기서 3만원 이하 비용으로 집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리빙 소품을 골라 인테리어 팁을 곁들였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가는 평일·토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다. 일요일 휴무.(상점마다 약간 다를 수있음)
[그릇 마니아 천국] 서울 남대문그릇도매상가
"인터넷에서 6만원 제품, 여기 와보니 2만8000원"
"앗, 이거 A백화점에선 6만원에 팔던데, 여기선 2만8000원이네요!"
요리책 '다이어트 야식'의 저자인 요리연구가 문인영씨가 한 그릇 매장에서 커다란 생선 그릇을 뒤집어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서울 중구 남창동에 있는 남대문 그릇도매상가는 각종 조리도구·주방 소품·그릇을 찾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에밀 앙리' 같은 브랜드 제품이 백화점 가격보다 30~40% 저렴한 것은 기본. 처음 온 사람이라면 남대문 그릇도매상가 중에서도 중앙상가 C동과 대도종합상가 D동 각각의 3층을 먼저 둘러보고, 2층을 보는 게 좋다. 3층이 그릇 도매 판매점이 밀집한 '메인 디시' 모둠이라면, 2층은 일본 빈티지 소품·선물·포장용품으로 눈이 즐거운 '사이드 메뉴' 모음이다. 문씨와 함께 가격대비 활용도가 높은 제품을 골랐다.
※남대문그릇도매상가는 평일·토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연다. 일요일·명절 휴무. 일부 매장에선 카드로 계산할 땐 10% 수수료를 더 붙여 받는다. (02)776-9311
[시장 돌다 쓰러지지 않으려면…] 백화점·잡지로 눈부터 틔우고 가길
시장은 넓고 물건은 많다. 처음엔 이것저것 예쁜 게 눈에 가득 들어오다가도 30분쯤 지나면 머리가 어지럽다. 그 물건이 그 물건 같아서 결국 제대로 된 물건 하나 못 건져 올 때도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처럼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아 고르기도 쉽지 않다. 도매상가나 시장에서 방향 잃지 않고, 실속 있게 쇼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일단 백화점이나 인테리어 잡지로 눈을 틔운 다음 시장으로 가라고 조언한다. 도매상가에선 백화점 상품과 거의 유행 차이가 나지 않는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트렌드와 가격을 섭렵한 뒤에 가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감이 빨리 온다는 말씀. 흥정할 때도 '프로방스' '빈티지 스타일' 등 인테리어 전문지를 읽으면서 익힌 용어들을 슬쩍 섞어서 말하면 매장 주인들이 긴장한다.
시장 쇼핑에서 소신과 줏대는 더 필요하다. 한 번 취향을 잃으면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의 수렁 속에 빠져버린다. 자기 집의 스타일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가야 한다. 아무리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고 해도, 당신의 집이 미니멀을 지향한다면 과감히 패스해야 하니까. 대략적으로 필요한 카테고리를 나눠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눈으로 보는 장식용을 살지, 실제 사용할 소품을 살 것인지도 정해서 가면 버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