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성(38)은 프로야구 '저니맨(journey man)'의 대명사였다. '저니맨'은 한 팀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선수를 말한다. 94년 연습생으로 삼성에 입단한 후 2005년 SK에서 옷 벗을 때까지 그는 6개 팀을 거쳤다.
그가 입어보지 못한 유니폼은 두산과 롯데뿐이다. 2001년 시즌 도중 해태에서 KIA로 소속(?)이 바뀐 것까지 감안하면 그의 장롱에 있는 유니폼은 무려 7종류나 된다. 그 사이 트레이드와 방출도 각각 네 번씩 경험했다.
은퇴 후 미국, 멕시코, 대만 야구에도 도전장을 던졌던 그는 작년엔 '2009 공포의 외인구단'이란 야구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그런 최익성이 이번엔 'RJ 컴퍼니'란 출판사를 차렸다.
'RJ'는 '리얼 저니맨(real journey man)'의 약자다. 그가 처음 펴낸 책은 자신이 쓴 '저니 맨'이다. 지난 3월 다른 출판사를 통해 발간했던 것을 내용을 다듬어 다시 출간했다.
"책을 써서 출판사에 넘기고 나면 작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게다가 책 내용도 내 생각과 달라지고요. 그래서 일을 벌였죠. 원래 정면 돌파가 제 스타일이잖습니까."
그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출판사 사무실에서 먹고 잔다. 연기자가 됐고, 가끔 강연도 나가지만 그는 여전히 '돈'과 거리가 멀다. 출연료도 떼여봤고 소주방과 청바지 사업을 하다 망해도 봤다. 그래도 절대 기죽지 않는 최익성이다. "야구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잘 되는 일이 별로 없어요. 사람들은 절보고 실패했다고 하죠. 전 그렇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 도전은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저니 맨'은 최익성의 야구 인생을 담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자서전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저의 첫 번째 여행인 야구 인생을 그린 책일 뿐입니다. 나에겐 다른 인생도 남아 있거든요."
최익성은 "야구장을 떠나 세상에 나와 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저니 맨이 있었다. 저니맨은 실패자가 아니며 그 사람들에게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책 머리말에 '세상의 모든 저니맨들이여, 당당히 고개 들고 뛰자.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누구나 다시 일어설 자격이 있다. 난 나만의 인생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다'라고 적었다.
출판사 사장 최익성은 책을 들고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들을 찾아다니며 영업하는 한편 일본어판과 영어판 발간도 계획 중이다. 지난여름 10만엔을 들고 일본 도쿄에 들어가 한 달간 머물며 '저니맨'의 일본어판 발간을 협의했다.
"번역이 끝나면 내년 2월쯤 책이 나올 겁니다. 일본과 미국에도 저 같은 저니맨이 많거든요." 그의 꿈은 여전히 야구다. 최익성은 "아직도 내 경험이 후배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될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