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장 속이 상할 때는 동시대 창작을 사랑할 수 없을 경우다. 그리고 나의 동료를 진심으로 존경할 수 없으면 서글프다. 돈을 많이 들인 대형 창작이라고 해서 가보면 번드르르하기는 한데 유명한 외국 뮤지컬의 장면이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경우도 있고, 총체적으로 엉망진창이라서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까닭은, 선배들의 경우는 두고두고 돌아올 후환이 겁나서이고(속 좁은 어른들이 참 많다) 후배들의 경우는 한창 자라는 싹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해서다.
반면에 칭찬해주고픈 창작을 만나면 솔직해질 수 있어 기쁘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연출 김운기)는 거창하지도 야심차지도 않지만 오밀조밀 흥미롭게 반짝이는 조약돌 같은 작품이다. 다르게 말하면 '오프 브로드웨이'적이다. 실험적이고 톡톡 튀는 작은 사이즈의 공연이라는 뜻이다.
시간 여행을 하는 천재과학자가 뱀파이어가 되는 황당한 설정의 '마마 돈 크라이'는 브로드웨이에 닿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난 날아갈 거야/ 시간을 거슬러/ 저 우주 끝까지/ 내 이름을 새길 거야~" 하는 가사처럼 후미진 소극장에 앉아 있는 관객의 가슴에 확실히 날아와 즐겁게 새겨진다. 이희준의 대본은 엽기 터치가 가미된 동화책 같고, 박정아의 음악도 뛰어나다. 이 작곡가의 서정성은 전작 '사춘기'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록음악까지 제대로 구사하다니, 존경을 담은 박수를 보낸다. 주연을 맡은 허규는 첫 대사로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묘하게 매력적인 데시벨의 소유자고 유성재의 목소리도 좋다. 이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져 만화 같은 매력을 가진 뮤지컬이 탄생했다.
'토지' '태백산맥' 같은 원로·중진 작가의 대작(大作)도 좋지만 성석제나 김애란의 신작도 기다리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나라 구하는 얘기도 좋지만 이렇게 엉뚱해도 오리지널리티가 단단한 작품들이 참으로 반갑다.
▶31일까지 서울 정미소.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