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직후 1954년 미해병대 소속 군의관 밀라드(Millard) 대위는 경기도의 한 야전병원에서 그가 고안한 새로운 구순열(口脣裂) 수술법을 시술했다. 이 시술법은 이후 밀라드 수술법(Millard method)으로 명명돼 많은 후배 성형의들에게 학문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입술이 갈라진 구순열,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은 그 원인이나 증상이 비슷한데, 특이하게도 동양인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다. 언청이라고도 하는 이 선천성기형은 심하지 않으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정상적인 발음이 어렵고 중이염에 쉽게 걸려 농아(聾啞)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90년대 초 필자가 근무하던 대학의 어린이병원 성형외과 수술실은 구개 구순열 수술이 줄을 이었다. 새로운 수술법이 개발되었으며, 심지어는 출생 이전에 태아 단계에서 수술하는 방법이 모색되기도 했다. 이제는 그 치료를 외국의사에게 의존했던 단계에서 벗어나, 오히려 개발도상국 환자에게 시술해주고 그 나라 의사들을 교육해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 많던 구순, 구개열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신생아 출생이 이전에 비해 감소하기도 했지만, 슬프게도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다.

발전한 초음파 검사에 의해 많은 수의 구순열 태아가 미리 발견되고, 이들이 낙태되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전이 생명으로 하여금 오히려 태어날 권리조차 박탈하고 있는 셈이다.

구순열 구개열 환자는 한 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는다. 입술, 입천장, 잇몸, 그리고 나중에는 양악수술까지 이 중 상당한 비용은 오로지 아빠 엄마의 몫이다. 그러니 이를 탓할 수도 없다.

예전에 한 구순열 환자의 보호자가 남긴 편지가 생각난다. "…남편이 원치 않았던 셋째 아이를 가졌는데, 하필 언청이였습니다. 그 아이가 태어난 후, 집안 살림이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구순열 태아를 중절한 부모에게 왜 귀중한 새 생명을 지웠느냐고 따질 자격이 없다.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들을 외면하는 많은 성형외과의들은 더더구나 그럴 면목이 없다.

[[주말매거진] 맛의 도시 나주에서 만난 오미(五味), 첫술만 떠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