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면 오른팔을 잘라내겠습니까?' 농담으로 묻는 물음이 아니다. '초·중등학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직무연수'에서 수업시간에 다뤄진 내용이다. 창원교육청이 11월 4~5일 사이에 실시한 직무연수에 교육상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일부 포함돼, 연수에 참여했던 원어민 교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창원교육청은 경남대학교 국제교육센터에 창원지역 원어민 교사 40명에 대한 직무연수교육을 위탁했다. 이 센터에 소속된 원어민 교수 9명은 이틀에 걸쳐 총 15시간 동안 원어민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는 1년에 60시간 연수(중앙 연수 30시간, 지역 연수 30시간)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연수의 목적은 원어민 교사로서 수업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다. 창원교육청 관계자는 "연수를 통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수의 내용은 효과적인 교실 운영, 협력 교수법, 모델 수업, 초·중학생들을 위한 교수법, 한국문화의 이해 등 6가지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지막 시간은 직무연수교육에 대한 피드백이었다.

40명의 원어민 교사들은 20명씩 두 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들었는데 문제는 '초·중학생들을 위한 교수법' 시간에 발생했다. 미국 국적의 한 원어민 교수가 들어와 'The Game'이라고 적힌 종이를 나눠주고 수업을 시작했다. 종이엔 17가지 질문이 영어로 적혀 있었고 질문에 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실제 초·중학교 수업시간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었다.

몇몇 원어민 교사들은 종이를 받아들고 당황했다고 한다. 17가지 질문 중 '지구에 혜성이 떨어져 90%의 생명이 죽었다고 하면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자살할 유혹을 느끼겠나?', '88세의 노인이 당신에게 주말 연인이 돼 달라고 한다. 그 대가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데 당신은 그렇게 하겠는가?' 등 초·중등학교 수업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에 참여했던 한 원어민 교사는 "청소년들에게도 해로운 이런 내용이 왜 교육에 포함됐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외국어교육연구소 김해동 소장은 "질문 내용 자체가 섬뜩하다. '초·중학생들을 위한 교수법'에는 한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교육방법이 가능하지만, 질문지에 포함된 내용은 학생들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잘못된 주제"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실제 어느 수업에서도 사용할 수 없는 내용이 담긴 준비되지 않은 수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대 관계자는 "수업 내용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연수가 시작되기 전 9명의 원어민 교수들이 수업에 쓸 자료를 건네줘 책자로 만들었는데 그 당시엔 그 내용이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질문지를 작성한 원어민 교수는 학교측에 알리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임의로 출력해 수업에 사용했다고 학교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대 관계자는 "성인 연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다 보니 재미있는 내용을 넣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잘못된 내용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원어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연수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글로벌인재육성과 관계자에 따르면 직무연수 교육을 시키는 강사들에 대한 기준은 현재 없다. 각 시·도 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결정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원어민 교사는 "원어민 교사에 대한 직무연수는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내용의 연수가 아니면 교육의 효과도 없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교육청은 문제가 된 이번 직무연수 교육에 5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