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아침 기자는 지식경제부·공정거래위원회·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낸 '새로운 문화, 현장의 동반성장 움직임 가시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받았다. 그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릴 국민경제대책회의에 보고될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다.
이 회의는 정부가 '공정사회'를 만들겠다며 올 9월 내놓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보도 자료 중에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거기엔 '대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이 늘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32.8%가 동반성장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등 83.7%가 보통 이상이라고 응답했다고 적혀있었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동반성장 정책 효과에 '보통 이상'의 점수를 줬다는 건,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체감한 것과 전혀 달랐다.
담당자에게 요청해 설문지 원문을 받아보니 응답자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중 하나를 고르게 돼 있었다. 보통 설문지는 '매우 그렇다, 그렇다'의 긍정적 응답이 2개면, '아니다, 매우 아니다'로 부정적 응답도 2개로 만들어 균형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5점 척도라고 부르는 구성이다.
'보통이다'는 문구도 문제다. 정책 효과를 검증하려면, '보통이다'는 '변화가 없다'로, '아니다'는 '악화됐다'로 써야 의미 전달이 분명해진다.
결국 정부가 '보통 이상 83.7%'라며 마치 긍정적 답변이 다수인 듯 내세운 숫자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응답 50.9%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아니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두 달간 대·중소기업 상생 대책을 쏟아냈지만,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악화됐다'는 응답이 67.1%나 된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전문가에게 이 질문지를 보여주니, "아마추어가 만들었거나 긍정적 답변을 유도하려는 꼼수"라고 했다. 담당 실무자는 "관점의 차이"라고 대답했지만, 이것은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왜곡'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