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여야 의원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가운데 폭력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지난 8일 새해 오후 예산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던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민주당 강기정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과 보좌진들의 제지에 가로막혔으나 주먹다짐까지 한 끝에 저지선을 뚫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과 강 의원은 모두 얼굴에 상처를 입었고 피까지 흘렸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성회 의원이 (강기정 의원을) 한방 쳐 피가 낭자했다"며 "병원에 실려간 결과 입 안쪽에 8바늘을 꿰매고 턱 관절과 치아가 전부 흔들려 오늘 CT 촬영을 한다"고 9일 전했다. 민주당 측은 "강 의원이 김 의원을 직접 때린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인 최영희 의원은 손가락이 부러졌고, 김유정 의원은 의자에 다리가 끼어 거동이 불편하다고 박 원내대표는 전했다. 그는 "이 밖에도 우리 당의 많은 의원, 보좌진, 당직자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상황을) 취합해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격투사태의 책임이 상대방인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회 의원은 "강 의원 등이 (본회의장에) 못 들어가게 막고 일부 보좌진들이 험한 말을 해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빚어진 정당방위였다"면서 "7대를 맞았고 딱 1대 대응 가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국회 충돌에 따른 피해 집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일부 야당 측 보좌진이 본회의장까지 들어오는 등 폭력의 금도를 넘어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야당) 보좌진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당겼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명피해' 뿐만이 아니었다. 국회 사무처는 집기가 파손되는 등 3000만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회 내 책상·의자 등은 '바리케이드'로 사용되면서 부서졌고,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입구의 대형 유리창은 전날에 이어 또다시 깨졌다.

3선의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국회가 연례행사처럼 몸싸움을 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섭게 알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전날 난투극이 벌어졌던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사죄의 3천배'를 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자성론을 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지금은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을 때"라고 했고, 다른 한 초선 의원은 "상당수 의원들이 갑작스럽게 그런 일을 당해 서로 충격이 크다"며 "이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도 말장난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