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로 '불멸의 물질(Asbestos)'을 뜻하는 석면은 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가늘고 긴 섬유다. 사문석·각섬석 등의 천연 광물에서 추출된다. 석면은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슬레이트, 헤어드라이어 등 무려 3000여 가지 제품 재료로 쓰이면서 한때는 '마법의 물질'로도 불렸지만 석면폐·폐암·악성중피종 등 치명적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법의 물질'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리게 됐다.

석면 질병은 잠복기가 길고 치료가 거의 불가능해 석면함유 제품 사용에 대한 근본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사용이 금지됐음에도 우리 주변에서 석면 공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작년에 일부 베이비 파우더 제품에 이어 여성들이 쓰는 화장품에도 석면 성분이 들어 있는 '탈크'가 사용됐다는 것이 알려져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올해 석면 노출 건강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지원하기 위한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곧 석면에 노출될 위험 자체를 최소화하는 '석면안전관리법'도 제정,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국민의 석면 공포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이 마련돼도 이에 기반해 실질적인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11월 석면피해구제법에 기반, 피해 구제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사무전담 기구인 '석면피해구제센터'를 개소했다. 석면피해구제센터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석면피해인정신청서 신청을 받고 구제급여를 지급 및 관리하는 것과 함께, 심사청구 심리와 결정을 위한 '석면피해구제심사위원회' 및 석면피해 판정을 위한 '석면피해판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간 환경성 석면 노출로 인한 건강 피해자들이 법적 근거도 미약하고 구체적인 원인자 역시 규명하기 어려워 마땅한 보상과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및 석면피해구제센터 오픈으로 이를 해결하는 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환경복지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