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감세안을 2년 연장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감세안 연장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할뿐더러,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적자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단지 감세안 연장은 현재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만을 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아울러 부자만을 위한 감세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자본이득세, 상속세 등의 세율이 당초 목표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 일자리 창출 영향별로

오바마 대통령은 감세안 합의에 대해 "중산층의 소득세가 오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협상은 매우 중요했다"며 "민간 부문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에 활력을 되찾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NN머니는 7일(현지시간) 감세안이 연장된다고 해서 계속 침체해 온 미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미 전문가들은 감세안 연장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는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의 신 스네이스 이사는 "감세는 경제가 회복 궤도에서 탈선되는 것을 방지할 뿐 경제 전망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말까지 실업률은 9.4%까지 떨어지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11월에 9.8%를 기록했다. 그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2.4%로 예상했다.

감세안이 앞으로 2년간 지속되는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도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조지타운 대학교 맥도우스쿨의 제임스 에인절 교수는 "감세안 연장의 또 다른 문제는 이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리의 커트 칼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투자회사 저지씨티의 밀턴 에즈라티 이코노미스트는 "감세안 연장은 현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의 기고에서 "이번 감세는 미국의 고용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이라는 의지를 보여줬지만, 감세안 하나만으로 충분한 일자리가 생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정 적자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고, 국가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늘어만 가는 재정 적자

한해 전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경제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이런 자평은 자취를 감췄다. 이번에 민주당의 비난을 불사하고 감세안에 합의한 것은 이 같은 실수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감세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세수 감소로 재정 적자는 더욱 거대해질 수밖에 없다. 포천지에 따르면 MF 글로벌의 정책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감세안 연장에 따른 비용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초당파적인 재정 적자 대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재정 적자가 구조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올해 미국의 재정 적자는 1조3000억 달러이며, 미국 정부는 적자 규모를 오는 2015년까지 4000억 달러로 줄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머카터스 센터의 베로니케 드 루지 연구원은 "감세로 세수가 감소하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허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문제가 감세 만료에 집중됐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실물 경제"라고 말했다. 노스텍사스 대학교 경제발전센터의 테리 클로워 이사는 "감세안 연장은 경제에 지속 가능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세금이 오르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재정 적자 증가에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신용등급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감세안이 계속 연장된다면 결국 미국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국가 신용등급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스티븐 헤스 연구원은 "앞으로 18개월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AAA)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2년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감세안이 만료되는 2012년에는 대통령 선거 등 빅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세안이 통과된 이후 미 국채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재정 적자가 더 부풀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채인 미 국채에 대한 신뢰가 이전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지출이라도 미래의 적자 감축 계획과 병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장기 재정 적자는 계속 증가하고 미 국채 금리는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 부자만 좋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유층을 제외한 중산층의 세금 감면만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연간 개인소득이 20만 달러, 부부 합산 소득이 25만 달러를 넘는 부유층에 대해서는 감세 혜택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요구대로, 중산층뿐 아니라 부유층까지 일괄적으로 향후 2년 동안 감세를 시행하기로 했다. 공화당도 한발 물러서 민주당이 주장해온 실업 혜택 연장안에 동의했다. 아울러 감세안에는 근로장려금을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취약한 경제를 살리고 저소득층 대상 고용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감세로 소비자들의 수중에 돈이 늘면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포천지는 "모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거래였다"고 전했다.

한 예로 자본이득세율은 15%로 유지됐는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주장해 온 세율보다 5%P 낮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본이득세율을 20%로 인상하면 매년 25만 달러 이상의 세수를 거둘 수 있다고 추정했었다.

상속세율의 경우 35%로 지난 1931년 이후 최저치로 결정됐다. 지난 10년간 상속세율은 45~55%를 수준이었다. 또 유산 세금 공제 한도도 민주당이 추진했던 35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높아졌다. 유산에 매겨지는 세금이 대폭 줄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감세안 연장으로 미국이 마치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집권 3기'와 다를 바 없게 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