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영철학이요? 어린이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책, 기존의 틀을 깨고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거죠."
박상희(48) 비룡소 대표가 어린이책을 낼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가치는 '창의성'이다. 박 대표는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2남1녀 중 맏이로, 1994년 어린이책 출판사인 비룡소를 창립했다. 현재까지 1500여 종의 책을 발간한 비룡소의 연간 매출은 200억원 정도. 민음사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1999년 첫 권 출간 이래 900만부가 팔린 어린이 과학책 '신기한 스쿨버스'(조애너 콜 글·브루스 디건 그림) 시리즈, 2002년 처음 출간돼 340만부가 팔린 모험동화 '마법의 시간여행'(메리 폽 어즈번 글·살 머도카 그림)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 출신인 박 대표는 1989년 일본 도쿄예술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뒤 어린이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세 살짜리 큰아이와 함께 매일 도서관과 서점을 찾았어요. 당시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외국 유명 작가들의 그림책들이 많이 번역출간돼 있었거든요."
1991년 귀국한 그는 "어린이책 출판사를 차리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저는 제가 예술적 재능이 없다는 걸 대학교 때 이미 알았어요. 보는 눈은 있어서 좋은 작품이 뭔지는 아는데 그걸 만들어낼 재주가 없으니 너무 불행했어요. 어린이책 출판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룡소를 설립하고 처음 낸 책이 영국 그림책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곰'이다. 박 대표는 이 작품을 직접 번역했다. 이후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차례로 국내에 소개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림책이 처음 나왔을 때 영업부에서 반대했어요. 기존에 나온 그림책들에 비해 판형이 컸는데, '저 커다란 책을 서점에 어떻게 진열하느냐'고 했죠. 그런데 저는 '386 엄마'잖아요. 제가 기존 어린이책들이 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을 같은 또래의 다른 엄마들도 같이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학교 3학년 아들과 고등학교 3학년 딸,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박 대표는 "책을 기획할 때 항상 아이들에게 먼저 읽혀보고 반응에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박상희 대표의 앞으로 계획은 어린이들을 위한 인문·철학 책을 내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데 치중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