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예술을 꽃피우며 한국의 '꾼'을 키우는 학교가 있다. 재학생 전원이 국비장학생이자 아이들 스스로 행복한 학교,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우리 전통의 맥을 잇는 배움터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이하 국립전통예고)가 그곳이다. 학업은 물론,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국립전통예고의 문을 열어봤다.

◆전통예술에 대한 끼와 사명감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

국립전통예고의 수업시간은 여느 학교들과 달리 국악으로 가득하다. 아직 나이는 어려도 미래의 전통예술인이란 사명감에 눈빛부터 진지하다. 무용반 학생들은 취재진의 방문에도 아랑곳없이 수업이 한창이다. 올해로 개교 50주년을 맞이한 국립전통예고는 1960년 당대 최고의 예술인들에 의해 '민족의 자긍심과 뿌리를 되찾자'는 뜻으로 설립됐다. 지난 9월에는 국립전통예고가 배출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를 비롯해 마당놀이 대모 김성녀, 서편제의 오정해, 배우 이재은, 예지원, 견미리 등이 모두 국립전통예고 출신이다. 흔히 전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명맥을 잇는 부분만 신경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립전통예고는 명맥을 잇는 만큼 세계화를 위한 고심도 쉬지 않고 있다. 이인철 교무부장은 "우리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학교로 전통예술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민족문화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전통예술이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계승도 중요하지만 창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
문에 학생들은 해외 교류는 물론, 창작 활동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국립전통예술고는 재학생 전원이 국비장학생이다. 전통예술의 계승이라는 의미에서 국가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전공학과로는 무용과, 음악 연극과, 연희극과, 창작연희과, 성악과, 기악과, 한국음악과가 있다. 이 교무부장은 "전통예고인 만큼 전문교과 할당 시간이 일반고보다는 많다. 하지만 보통교과 역시 소홀히 하지 않기 때문에 해금반을 비롯한 몇몇 반은 일반계고 상위권 아이들보다 성적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전문교과와 보통교과를 무리해서 공부하진 않는다. 스스로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교사와 학생 간 유대관계는 물론, 정규수업시간 외에는 자율적으로 학습하거나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대입에서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수시 합격한 3학년 이국선(민요)양은 "전공 선생님이 많기 때문에 1:1 수업의 기회가 잦다. 대입 역시 학교에서 많은 부분을 준비해 수험생들이 입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1인1기가 아닌 1인다기의 종합예술인으로 클 수 있어서 이번 수시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합격률이 눈에 띄게 높았던 것 같다"며 높은 4년제 대학 진학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학교가 즐거우니 성적도 '지화자'

국립전통예고의 경우 다른 예술고교와 커리큘럼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상당 부분 다르다. 국립전통예고는 정악(궁중음악)보다는 풍물놀이, 민요, 판소리 등의 민속악을 주로 배운다. 무용 역시 정재(궁중무용)보다 살풀이 같은 민초들의 한이 담긴 민속무용이 주를 이룬다. 민초들의 삶과 문화, 예술이 그 시대를 이해하고 계승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립전통예고 신입생 경쟁률은 1.61:1로 해마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부도 하면서 전통예술과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신입생 대부분이 전통예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 모집단위는 전국단위 학생선발로 서울 및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학생들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2학년 송지영(가야금)양은 “입학 후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이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공실습실이 잘 구비돼 있기 때문에 전공과뿐 아니라 다양한 과의 공부를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공부도 전공도 강제적이지 않다. 학생들 개개인의 의견과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은 물론, 동기부여가 돼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유스러우면서도 열의에 넘친다”고 말했다.

국립전통예고는 학생들의 능력을 조기에 발굴하고 타고난 잠재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우수 인재를 조기 발굴 육성할 목적으로 서울교육청 지정 ‘예능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예능영재학급은 한국음악과 음악연극 분야로 나뉘며 각각 2학급 30명씩을 모집해 초·중등 무학년제로 운영된다.

소은주 교감은 “학생 스스로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성교육과 창의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잘할 수 있는 것과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3년간 진정한 전통예술인, 세계적 예술인으로 키우고 있다. 전통예술에 관한 관심과 사명감, 끼가 있는 학생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학생들의 도전을 기다리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