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결수(旣決囚·형 확정자) 신분은 미결수보다 훨씬 비참했다. '대만의 아들'로 8년간 최고 권력을 휘두르다 '대만의 수치'로 전락한 천수이볜(陳水扁·60) 전 총통 얘기다.

지난 2일 오후 1시 대만 북부 '타이베이 간수소(看守所·한국의 구치소에 해당)'에서 반팔 셔츠에 미색 조끼, 고동색 반바지에 검은 양말을 신은 한 미결수가 봉고차에 올랐다. 부패 혐의로 700일 넘게 이곳에 수감된 채 수사와 재판을 받아온 천 전 총통이었다. 일행은 삼엄한 경비 속에 1시간 뒤 타오위안(桃園)현 구이산(龜山)향에 있는 '타이베이 감옥(監獄·교도소)'에 도착했다.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이 2일 타이베이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가기 위해 이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그는 부패 혐의로 기소된 후 이곳 구치소에 머물다 이날 오후‘타이베이 감옥’으로 옮겨져 19년형 복역을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대만 최고법원에서 확정된 징역 19년형의 정식 복역은 전신 탈의(脫衣)와 신체검사로 시작됐다. 혈압과 맥박이 정상으로 나오자 담당 교도관은 "지난달에 형이 확정되면서 전직 총통으로서의 특별 예우가 모두 사라졌다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간수소에서 입고 온 사복(私服) 주머니를 뒤져 소형 TV와 소형 라디오, 몇 푼의 돈도 압수했다. 곧이어 천수이볜은 앞머리 3㎝ 이하의 짧은 상고머리로 이발했고, 남색 수의(囚衣)로 갈아입었다. 다른 기결수들과 똑같은 외양이었다.

교도관은 또 "간수소에서는 '전 총통'이나 '아볜(阿扁·천의 애칭)'으로 불렸는지 몰라도 여기서는 이름 대신 '1020호'로만 부를 것이니 절대 까먹지 말라"고 통보했다. 1020호는 1.2평(3.96㎡)의 2인실 감방이다. 간수소에서는 독방을 썼지만 감옥에서는 일반 비폭력사범 1명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