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영화가 안방극장을 차지하던 어린 시절, 서부 개척자와 인디언 간에 전투가 일어날 때면 나는 빗발치는 총알과 화살 속에서 죄 없이 죽어나가는 말이 불쌍해 펑펑 울곤 했었다. 북한군의 포격으로 연평도에 대피령이 내려졌던 그날도 직업병은 어쩔 수 없는지, 충격과 슬픔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럼 거기 동물은?'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죽거나 다치진 않았을까? 주인이 사라져 얼마나 무서울까? 먹이는?' 이 말을 했다가 친구들에게 잡아먹힐 뻔했다. "야! 이 상황에 무슨 개 타령이냐?"
깨갱. 나는 빛의 속도로 꼬리를 내렸다.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곧 긴급 대피 과정에서 대부분의 동물이 먹이도 없이 묶여 있는 상태로 남겨졌고, 일부는 포탄에 맞아 뼈가 드러나는 등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연평도 동물'이 떴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평도의 동물을 걱정하고 있었고, 이미 수만 명이 그들에게도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청원서에 서명을 했다.
사람과 동물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에 대해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뿐이다. 동물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가진 생명이다. 게다가 못 배우고,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진정한 소외계층이기도 하다. 간디는 "한 나라의 도덕성은 그 나라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빨리 평화가 돌아오길. 우리에게도, 그리고 폐허 속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