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사상 처음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던 바둑 경기가 한국의 독주 속에 막을 내렸다. 42개 종목 총 476개의 금메달 잔치판에서 당당히 한몫을 해냈고, 첫 행사치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바둑이 스포츠의 일원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선 국내외적으로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들도 여럿 드러났다.

관중석 없는 유일한 스포츠

관중과 관중석 없이 시종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숙을 요하는 종목 특성 때문이라지만 국내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밀폐 대국장과 관중석을 분리했듯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적어도 이번 대회 체스 경기장처럼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는 구조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둑도 관중 없이는 스포츠로 자리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체스 경기장으로 큰 유리창을 통해 경기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여서 완전 밀폐된 바둑 경기장보다는 월등했다.

모니터조차 없이 각국 코칭 스태프들이 대국장 밖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야 했던 것도 개선돼야 할 과제. 선수 외의 어떤 관계자도 입장할 수 없었다. 양재호 감독은 "혹시 사고가 터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항상 불안했다"고 털어놓았다. 코치가 작전 지시까지는 아니어도 돌아가는 상황은 볼 수 있어야 스포츠다.

대폭 보완해야 할 경기 규정

국제경기로서의 바둑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경기 규정(룰)의 전면적, 총체적 보완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페어 종목 예선서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판정 처리한 사건의 쟁점은 '비정상적 시간 공격' 여부였는데, '비정상적 공격'에 대한 정의가 어느 곳에도 명시돼 있지 않아 혼란을 부채질했다.

다행히 위빈(兪斌) 감독 등 중국측 관계자들도 세부 규칙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3국의 어깨가 무겁다.

심판 다변화의 과제

중국 심판들은 공정 판정을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는 중론. 대회기간 내내 현지에 머물렀던 최규병 기사회장은 "판정은 99% 공정했다. 모든 판에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양재호 감독의 소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직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심판의 국가별 다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대회서 주최국 심판만으로 치른 종목은 오로지 바둑뿐이었다. 최소한 대국자와 같은 국적의 심판이 기용돼 오해의 소지를 남기는 것은 피해줘야 한다. 5인중재위원회(한국 중국 일본 대만 미국)란 게 있었지만 크게 작동하지 못했다. 중국기원 장원둥(張文東) 부비서장도 "빨리 국제프로기구를 결성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방송 및 인터넷 중계 불발

국내 바둑 팬들은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대회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막판 몇몇 인터넷 채널의 재현(再現) 중계를 통해 일부 대국만 맛봤을 뿐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바둑은 서자(庶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팬도 있었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공중파 채널 등은 팬들과 거리를 좁힐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스포츠 바둑'을 목표로 한다면 꼭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불확실한 '인천상륙작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둑이 4년 뒤 인천대회서도 치러질 수 있는가 하는 점. 현재로선 비관 쪽에 가깝다는 것이 체육계의 진단이다. 인천대회 조직위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간의 실시 종목을 둘러싼 논의에 바둑은 여전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런던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 대비체제로 전환한 다른 종목들과 대조적이다.

예술의 길을 버리고 스스로 스포츠로 변신한 바둑이 여기서 운동장을 잃는다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현재는 "광저우서 선전했으니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정도다. 인천 아시안게임 상륙 여부가 바둑이 스포츠로 생존할 수 있느냐의 관문으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