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산업부장

내가 보기에 SK 최태원 회장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는 SK가 내수 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 열등감(劣等感)을 갖고 있는 듯하다. SK를 잘 알고 있는 재계 인사들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기업 회장 모임에 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수출에 기여를 하는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를 놓고 칭찬이라도 하면 안색이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에너지SK텔레콤 매출이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 일어난다는 점이 최 회장에겐 콤플렉스인 셈이다. 이 때문인지 SK는 지난 몇 년간 미국, 중국 시장에 진출하느라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해외진출은 매번 실패로 끝났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느라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망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SK 차이나를 설립하고, 그룹 내 최고 인재를 뽑아, 천문학적 돈을 투입했지만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최 회장은 해외 진출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했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SK가 강점을 갖고 있는 텔레콤이나 주유소(정유) 사업은 일종의 면허(免許) 사업이다. 이런 면허 사업의 특징은 특혜 성격이 강해서 어떤 기업이든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자국 시장에서만 골목대장 노릇을 한다.

통신·정유 사업을 배운 직원들을 미국, 중국 시장으로 내몰아 성과를 내라고 야단쳐야 성과가 좋을 리가 없다. 중국이나 미국 사람들이 앉아서 돈을 버는 텔레콤이나 정유 사업 같은 큰 이권을 SK에 줄 리 만무하다.

최 회장이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면 샐러리맨을 사지(死地)로 몰아내고, 뒤에서 야단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해외 사업을 맡아서 성과를 내야 한다.

조만간 사장으로 승진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도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이 부사장이 경영인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거나, 삼성 이미지를 제고(提高)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실패만 했다. e-삼성을 맡아 적자만 내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샐러리맨 출신이 삼성전자 사장이 되려면 회사에 엄청난 기여를 해야 가능하다. 고생과 거리가 먼 이 부사장이 아버지 잘 만난 덕 하나로 덜컥 삼성 그룹 총수가 된다고 해서 누가 그를 존경할까?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오너들이 어렵고 더러운 일을 스스로 맡아서 멋지게 처리해야 리더십이나 자신감이 생긴다.

재벌 오너들이 벤치마킹할 대상은 가까운 곳에 있다.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병역을 면제(免除)받을 때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다른 재벌들처럼 역대 정권과 결탁해서 대형 공공 기업을 넘겨받은 적도 없다. 하지만 구 회장은 LG전자LG화학을 맡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해병대를 자원 입대한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도 마찬가지다. 쌍용그룹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자신이 맡은 쌍용건설만은 단단하게 만들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만년 파업, 만년 꼴찌라는 딱지가 붙었던 기아자동차를 맡아 정상에 올려놨다.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쏘울, K-5, K-7 같은 히트 차종을 내놓아 형님 현대자동차를 앞질렀다.

대기업 오너들의 의무는 회사를 잘 경영하는 것이다. 이익을 내서 세금을 많이 내고, 더 많은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다. 콤플렉스는 빨리 극복할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