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이 지어낸 또 한 편의 초록빛 사랑 이야기. 이번에는 한·중 간의 연애로 폭을 넓혔다.
건설 중장비 회사 팀장 동하(정우성)는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옛 연인과 재회한다. 미국 유학시절 친구인 메이(고원원)다. 낯설고 서먹한 옛 애인들은 초록빛으로 가득한 청두 거리 곳곳을 거닐며 유학시절의 추억을 더듬는다.
키스도 했고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쳐주었다는 동하의 기억에 대해 메이는 발끈. 자신은 자전거도 탈 줄 모르며, 키스한 기억도 없다는 것이다. 티격태격이지만, 연인은 과거의 추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랑을 쌓는다.
설렘과 여운이라는 감정을 스크린에 묘사하는데 탁월함을 보여온 허진호 감독의 장기는 여전하다. 동하와 메이의 풋풋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연애를 지켜보노라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첫사랑을 더듬어보고 싶다는 상념에 빠지게 된다.
정우성·고원원의 조금 어색한 영어대사와 감정연기가 몰입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아쉬움.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서로 다른 기억, 그리고 사랑의 타이밍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 '호우시절'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뜻. 두보의 시구이기도 하다. 100분. 2009년작.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