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도로 만들어진 '북한의 무력도발행위 규탄 결의안'이 민주당의 협조 아래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국회가 채택한 대북(對北) 결의안에는 민주당이 원했던 "한반도 긴장완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표현이 빠졌으나, 민주당은 그런 내용이 포함된 별도의 결의안을 제출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었다.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1명도 없었다. 투표자 271명 가운데 조승수 의원(진보신당)이 유일하게 반대했고 한나라당 공성진(투표기 오작동), 민주당 장세환,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민주노동당 권영길·이정희·곽정숙·홍희덕, 창조한국당 유원일, 무소속 유성엽 의원 등 9명이 기권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25일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행위를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의원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전날까지 민주당의 분위기는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표현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5일 오전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입장을 선회했고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이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북 결의안 채택에 발목 잡는 모습을 보일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모호한 태도로 심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햇볕정책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햇볕'에 대한 입장이 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인까지 무차별 포격을 당한 마당에 '지원과 대화를 통한 평화유지'라는 논리 하나만을 고집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제기가 당내 중도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온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햇볕정책만 갖고 북핵 포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느냐. 대화 기조는 유지하되 상황 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햇볕정책도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이어갈 것은 이어가야 한다"며 "기존의 햇볕정책에 다소간의 상호주의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가령,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되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한 소장 의원은 "저런 식으로 나오는 북한에 대해 더 단호해져야 한다. 여러 방면에서 햇볕정책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햇볕 수정론'은 최근 북한의 도발이 '천안함 폭침→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공개→연평도 포격 도발' 순으로 거세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햇볕 수정'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적지 않은 민주당 인사들은 "북한 도발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있다. 햇볕정책 수정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했다. "햇볕정책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수정 논의를 공식화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였다. 한 의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건드리는 순간 당은 심각한 논쟁과 내부 갈등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발 악재가 또다시 터질 수 있다. 서둘러 북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연평도 도발이 터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강경대응 안 한 게 옳았다"는 주장과 "제대로 보복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한번은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