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지금 대한민국을 시험하고 있다. 김일성도 60년 전 38선 주변에서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시험했다. 북한 내부 회의에서 "인민군대가 밀고 내려가면 한 달 안에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호언(豪言)했다. 그러고는 소련의 스탈린을 찾아가 이런 대한민국이라면 단숨에 휩쓸어버릴 수 있다며 남침 승낙을 받고 지원을 얻어냈다. 그때 대한민국 국군이 김일성에게 전쟁을 일으킬 경우 몇 배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통절(痛切)하게 느끼게 했더라면 김일성은 전쟁 계획을 취소하거나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작은 공격을 그때 그곳에서 엄중하게 응징하지 못해 큰 전쟁으로 떠밀려간 사례가 역사에 무수하다.

개(犬)는 호랑이를 보면 벌벌 떨다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그 호랑이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사정없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우리 군은 "북의 도발에 2배, 3배의 대응을 하겠다"고 다짐해 왔지만 이번에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정일과 그 졸개들은 이런 대한민국을 종이호랑이로 여길 것이다. 적의 불법적 도발에 대해 그들의 숨통을 끊어 응징하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 되면 국민 마음속에서 패배의식이 자란다. 패배의식이 국민 마음속에 잡초처럼 우거지고 나면 그다음은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정치권에선 연평도 사태 후 "왜 국민이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가", "국지전(局地戰)이라도 벌어지면 우리가 북한보다 잃는 게 훨씬 더 많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들은 이런 행동이 김정일의 입맛을 돋울 뿐이라는 걸 모른다. 누군가는 알고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총소득(GNI)은 북한의 36배 이상이고 무역 규모는 250배를 넘는다. 북한이 아무리 비밀리에 국방비에 돈을 쏟아붓는다 해도 우리 국방예산이 북한의 5~6배에 이른다. 그러나 국가 안보에선 이게 전부가 아니다. 세계 역사 속에서 경제력이 훨씬 뒤처진 나라가 전쟁으로 자기보다 몇 배 덩치 큰 나라를 몇 번이고 무너뜨렸다. 국가 지도자와 군, 국민이 국가 안보에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안보 무관심이 불러온 패배의식을 떨쳐내고 분연히 다시 일어서야 한다. 김일성의 피가 흐르는 김정일-김정은의 발을 여기서 확실하게 묶어야 한다.

[오늘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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