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 작가 장환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965년생인 장환은 중국 현대미술 작가 중에서도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세계 미술계에 존재를 알렸다. 1994년 〈12평방미터〉라는 퍼포먼스에서 자신의 몸 위에 생선기름과 꿀을 바르고 1시간 동안 날아드는 파리떼를 참았다. 묵묵히 앉아 있는 작가의 모습은 부처처럼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는 이미지였다. 중국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릴 때는 흰 빵을 1년에 한 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관찰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장환의 작품〈갑작스러운 깨달음 No.1〉.

장환은 이번 개인전에 부처의 두상(頭像) 같은 모습의 조각 작품 〈갑작스러운 깨달음 No.1〉을 내놓았다. 중국 상하이 여러 절에서 사용한 향(香)의 재를 모아 만든 작품이다. 모아진 재는 명도에 따라 세밀하게 분류돼 조각과 회화에 사용된다. 작가는 재를 통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하던 중국 전통과 문화를 담아내고자 했으며 동시에 일상과 정신세계를 연결하고자 했다. 재는 부서지기 쉽지만 그 속에 깃든 정신은 부서질 수 없는 견고함을 말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물질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작가가 캔버스에 재로 그린 〈산으로 돌아온 자유호랑이〉는 호방하게 생긴 호랑이가 힘차게 달려나가는 형상이다. 작가는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억압받는 인간의 영혼을 해방시키려고 하는 듯하다.

평면 작품인 〈계량기 공장〉은 중국 가정에서 쓰던 오래된 문(門)을 주워 와 제작한 작품이다. 중국에서는 문에 신성한 이미지나 행운과 관련된 것을 새기는 전통이 있었는데 작가가 이를 이용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추억과 염원이 깃든 문을 작품으로 사용하면서 공동체의 기억을 저장한 것이다. 중국 판다를 조각 작품으로 만든 〈헤헤〉〈시에시에〉는 얼마 전 막을 내린 상하이엑스포에서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한 마리는 귀엽게 음식을 먹는 낙천적인 모습이며 다른 한 마리는 두 주먹을 쥐고 앞으로 뻗고 있는 모습이 중국의 용맹스러움을 상징하고자 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02)739-4937